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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Oct 11. 2023

나 잡아봐라

0486

제목을 정하지 못하고 첫 문장을 쓴다.

멋진 첫 문장을 쓰려니 이미 두 번째 문장이다.

폼을 잡다 보니 후대에 길이 남길 기회를 놓쳤다.

제목도 화두도 없이 글을 쓰기는 처음이다.

첫 경험들은 죄다 설레는데 이 경우는 난감하다.

그렇다면 형식적인 글쓰기로 들어선 것인가.

이렇다 할 형식도 없고 구조도 없는 글쓰기다.

붓 가는 대로 쓰니 수필인가.

손끝으로 두드리니 지필인가.

이런 경우엔 뭐라도 써야 한다는 강박이 막아선다.

쓰고 싶어서보다 리스트에 올리고 싶어서 쓴 글이니 숙제 같기도 하고 일기 같기도 하고 메모 같기도 하고 해서 할 수만 있다면 이 글은 이면지로 쓰고 싶다.

연속 쓰기는 이토록 구차한 순간을 왕왕 만난다.

하이!

반가워서 흔드는 손이 아닌 멋쩍게 내미는 손이다.

어찌 매 끼니를 잘 차려 먹을 수 있는가 말이다.

오늘의 글은 보리차에 식은 밥을 말아서 무말랭이와 먹는 때우기식 식사다.

생존을 위한 글쓰기의 낯선 모델이다.

오늘따라 둘러보는 다른 이들의 브런치 글들이 주옥같아 내 글이 한없이 누추하다.

글자 색 선택이 있다면 옅은 회색으로 썼을 것이다.

아니면 투명에 가까운 노랑으로 선택했을 것이다.

업로드시간도 모두들 퇴근시간으로 분주한 때로 골라 아무도 못 보고 스쳐 지나가게 휘리릭 쓱싹!


그랬냐고

묻고 싶다면

나 자바바라아아아아


헉. 헉. 헉.

미안해요

내일부턴 안 그럴게요.

피치 못할 일이 있었어요.

말하자면 오늘밤을 함께 찢어야 할지도 몰라요.

기회가 되면 다음에 꼭 들려 드릴게요.

꼭  눈물 받아낼 타월 준비하시고요.

이 멱살은 이제 풀어주세요.

오늘은 혼자 있고 싶어요.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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