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숲오 eSOOPo
Oct 11. 2023
제목을 정하지 못하고 첫 문장을 쓴다.
멋진 첫 문장을 쓰려니 이미 두 번째 문장이다.
폼을 잡다 보니 후대에 길이 남길 기회를 놓쳤다.
제목도 화두도 없이 글을 쓰기는 처음이다.
첫 경험들은 죄다 설레는데 이 경우는 난감하다.
그렇다면 형식적인 글쓰기로 들어선 것인가.
이렇다 할 형식도 없고 구조도 없는 글쓰기다.
붓 가는 대로 쓰니 수필인가.
손끝으로 두드리니 지필인가.
이런 경우엔 뭐라도 써야 한다는 강박이 막아선다.
쓰고 싶어서보다 리스트에 올리고 싶어서 쓴 글이니 숙제 같기도 하고 일기 같기도 하고 메모 같기도 하고 해서 할 수만 있다면 이 글은 이면지로 쓰고 싶다.
연속 쓰기는 이토록 구차한 순간을 왕왕 만난다.
하이!
반가워서 흔드는 손이 아닌 멋쩍게 내미는 손이다.
어찌 매 끼니를 잘 차려 먹을 수 있는가 말이다.
오늘의 글은 보리차에 식은 밥을 말아서 무말랭이와 먹는 때우기식 식사다.
생존을 위한 글쓰기의 낯선 모델이다.
오늘따라 둘러보는 다른 이들의 브런치 글들이 주옥같아 내 글이 한없이 누추하다.
글자 색 선택이 있다면 옅은 회색으로 썼을 것이다.
아니면 투명에 가까운 노랑으로 선택했을 것이다.
업로드시간도 모두들 퇴근시간으로 분주한 때로 골라 아무도 못 보고 스쳐 지나가게 휘리릭 쓱싹!
왜
그랬냐고
묻고 싶다면
나 자바바라아아아아
헉. 헉. 헉.
미안해요
내일부턴 안 그럴게요.
피치 못할 일이 있었어요.
말하자면 오늘밤을 함께 찢어야 할지도 몰라요.
기회가 되면 다음에 꼭 들려 드릴게요.
꼭 눈물 받아낼 타월 준비하시고요.
이 멱살은 이제 풀어주세요.
오늘은 혼자 있고 싶어요.
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