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수표처럼 무질서 속에서 산다.
혼돈이 마땅찮아 질서를 부여한다.
영리한 자들은 이 안에서 패턴을 읽는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편안해서다.
패턴은 진부하다.
예술가들은 패턴을 부순다.
일상은 개인의 패턴화다.
루틴이 그러하고 습관이 그러하다.
패턴은 공식을 가능하게 하고 불안을 잠재우지만 다이내믹하지 못하다.
운동성 너머의 탈주가 절실할 때 먼저 버려야 할 것은 내가 가진 패턴들이다.
패턴은 겉으로는 질서의 모양새를 하지만 경직성 때문에 유기적이지 못한 질서이다.
굳은 다짐이고 묶인 맹세이다.
실수 밖의 허수를 인식하지 못하면 진자의 움직임을 수식화할 수 없다.
세상에 없는 숫자가 세상에 흔한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하나의 패턴이 형성되면 무수한 무질서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글을 쓰면서 패턴이 생길까 두렵다.
삶은 빛처럼 파동이면서 입자이다.
패턴 또한 이율배반적이다.
그래서 패턴을 고착시키는 것은 헛수고다.
수준 높은 패턴은 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이고 유연하다.
자연의 흐름이 멋진 패턴이다.
유사하나 하나로 포착되지 않고 모두에서 드러나나 하나로 규정될 수 없는 신비로운 패턴이다.
하나의 패턴이 읽힌다고 방심해서는 안된다.
수많은 비패턴이 도사리고 있다.
어쩌면 비패턴이 역동의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진정한 패턴 읽기는 정지된 외형보다 유영하는 흐름에 있을 것이다.
패턴의 함정에 빠지면 낡은 도구를 비싸게 치르고 소유하는 꼴이 된다.
오늘도 하나의 패턴을 만들고 수많은 패턴을 버리기로 했다.
패턴은 세포처럼 시한부다.
얽매이면 건강한 세포가 스스로 죽지 못하는 암세포로 전환된다.
그리고 머지 않아 나를 점령하고 무너뜨린다.
패턴을 경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