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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pr 26. 2022

당신은 지금 시낭송이 필요하다 51회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

                                 (2부 시작)


51



토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멀티플렉스 영화관에는 소년 혼자였다. 주말의 연인들은 데이트 파업이라도 한 것일까. 만석일 때에는 몸이 불편했는데 텅 비니 마음이 불안하다. 예매사이트 리뷰를 불신하면서도 별의 개수는 오늘의 운세를 볼 때처럼 무시하기 힘들었다.  의 별이 달린 영화는 세 명의 관객도 유혹하지 못했다. 총알이 우박처럼 쏟아지는 전쟁 중에도 방탄조끼 고 하는 것이 연애 아닌가. 이럴 줄 알았으면 구석자리를 예매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 번은 시야가 좋은 자리에 앉았다가 좌우 커플들의 캐러멜 향 뚝뚝 떨어지는 행각에 멜로 영화를 일반관에서 4D로 감상한 이후로 성수기 시간대 예약은 혼자 신경 쓰였다.


-널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게 무슨 말인가요?

-널 포기하는 마음을 포기하겠다는 거야.


해도 안해도 가려면 가는구나. 소년은 별 세 개에서 한 개 반을 포기하고 싶어졌다. 배우의 대사보다 어울리지 않게 웅장한 음악의 잘못이 크다. 순탄한 이야기는 주인공만을 위할 뿐 관객은 지켜주지 못했다. 소년은 수시로 문자와 시간을 무의미하게 확인했다. 늘어지는 영화를 보며 감독을 탓하지는 않았다. 예술영화는 그렇게 생겨먹은 거니까. 주인공처럼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포기한다는 것은 들고 있던 창을 땅에 내려놓는 일이다. 소년은 자신의 창을 땅에게 맡기지 않기로 했다. 그건 중력을 이기는 일이기도 하고 창의 무게를 이기는 일이다. 소년은 한 번도 유심히 들어 본 적 없는 콘트라베이스 연주 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거듭거듭 낮게 내면으로 떠오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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