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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y 01. 2022

당신은 지금 시낭송이 필요하다 56회

무언가 얻어서 돌아오다

56




-지금부터 우리가 만나는 것을 사파리라고 부를까 하네.

-사파리라면 차를 타고 동물을 야생에서 구경하는 것 아닌가요?

소년에게는 노인의 음성이 밀림 속 동물의 울음소리가 아닌 사막의 모래바람 소리처럼 들렸다. 스아악스아악거리면서 푸스스하했다. 아라비아 반도의 동남부 쪽에 위치한 오만의 사막을 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 석유로 먹고살던 나라가 이제는 관광을 국가수익사업으로 야심 차게 전환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온통 사막, 산, 바다로 둘러싸인 오만을 보면서 무슨 관광국이 될 수 있을까 의아해했다. 그때 사막을 항공 촬영하며 내레이션이 보이스오버로 나오고 있었다. 


아라비안나이트에서 뱃사공 신밧드의 출생지인 오만은 모험심을 자극하는 사막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 황량한 사막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은 단연 '사막 사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낙타나 오프로드 자동차를 타고 사막의 거친 모래언덕을 넘는 이 경주는 일주일 동안 이어지는 극한 대회입니다. 이 드넓은 사막을 도전의 대상으로 오만은 활용하고 있습니다. 오만은 공존과 관용을 국가의...


내레이터의 멘트가 카메라와 함께 사막을 지나 수도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로 넘어가고 있었다. 소년의 눈에는 여전히 사막의 모래바람 소리가 남아 있었다. 파도소리 같으면서도 소나기가 내리치는 소리 같았다. 모래와 바람이 만나는데 물의 소리가 나다니. 


-아프리카 사람들은 다르게 알고 있지. '무언가 얻어서 돌아오다'라고 말일세. 우리의 만남이 지향해야 할 취지와 잘 맞는 말이 아닐까 생각하네. 자네도 그렇고 나도 서로의 만남 후에는 얻는 것이 분명 있을 테니 말이야.

사파리라는 단어를 폭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노인의 말을 듣고 보니 온순한 단어로 보였다. 사냥이 그러하고 배움이 그러하지 않은가. 얻기 위해 나서야 하고 돌아올 때에는 포만감의 사냥감이나 지적 채움이 있어야 하듯이.


소년은 사파리라는 말이 맘에 들었다. 삼행시로 노인과의 시작을 축하해보려 속으로 운을 띄워보지만 리에서 번번이 막혀 입 밖으로는 내뱉지 않았다. 이름을 정하고나니 절반은 이룬 듯 마음이 살랑거렸다. 매번 주제를 미리 정하지 않기로 했고 방식이나 형태도 자유롭게 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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