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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Dec 30. 2023

세모에 작정

0566

새털 같은 나날들이 지나가고 먼지 같은 순간들이 지나갔다.


마음먹은 대로 살아지지 않았으며 뜻하지 않은 대로 모든 것은 흘러갔다.


돌아보니 오히려 타당했으며 지나치게 경이로웠다.


무엇이든 그리워할 때만 완벽했다.

불쑥 부끄러워질 때마다 감사했다.

아직은 고착되지 않을 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 탓이다.


다리를 모은 채 웅크리고 앉아 있으면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감싸곤 했다.

위로는 언어가 할 주된 노릇이 아닌 것 같다.

상처를 준 칼로 상처부위를 어찌 보듬을 수 있을까.


사람을 만난다는 건 거대한 언어사전을 직면하는 일이다. 그 회수가 적을수록 새로 편찬된 개정판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돌아와 피곤한 건 그 무거운 사전을 들었다 놨다를 무수히 한 덕분이다.


전부는 통속이지만 부분은 탈속이다.


https://brunch.co.kr/@voice4u/566


내 주위에 잘못 전달된 오해와 반목을 수거하고 싶다.


슬픔과 고통의 가장 큰 난감함은 발신자가 모호하거나 나 자신인 줄 모르는 것에 있다.


주말의 태양은 정직했으며 내가 던진 질문들을 잘 받아주었고 응답으로 다른 질문을 내게 돌려주었다.


정오에는 먼 곳에서 온 손님에게 점심을 대접하고 지난 열정과 감동을 청해 들을 것이다.


https://brunch.co.kr/@voice4u/556


세모歲暮에는 자꾸 작정하게 된다.


시간의 가속에 조급해지고 걸음의 한계에 다급해지기 때문이다.


위시리스트 wishlist는 의지리스트 willlist이다.

바람은 의욕과 자주 어깨동무하고 의기투합한다.


작정이 작난이 되지 않으려면 글로 남겨야 한다.

글쓰기는 작정하는 마음에 날개를 달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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