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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an 07. 2024

블랑쇼 바보

0574

작가는 한낮에 불면증에 걸린 자다


모리스 블랑쇼는 말한다.


작가는 밤에 깨어 있는 자가 아니라 낮에도 수면이 불가능한 자라는 말이다.


글쓰기는 이토록 죽음과 맞닿을 정도의 고통을 수반하는가.


존재가 사라지는 결정적 죽음과 언어의 부정성이 지속적으로 강요하는 죽음을 서로 유관하다고 말한 그가 아닌가.


언어가 초래하는 죽음은 구체적 시공간이 추상적 관념으로 바뀌는 것이고 육체의 죽음이 구체적 세계에서 추상적 세계로 옮겨가는 것이기에 둘 다 분리의 측면에서 닮아 있다는 말은 타당하다.


이는 고독케 하고 두렵게 한다.

결국 죽음에 가닿아 사색케 한다.


https://brunch.co.kr/@voice4u/566


쓰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서 쓰는 거야


카프카가 친구에게 이 말을 할 때의 심정을 헤아려보자면 그의 글쓰기는 죽음에 가까운 광기일 것이다.


글쓰기에 차가운 죽음을 결부시킨다고 우울해할 것은 없다.


블랑쇼가 그랬다.

염세주의자들은 글을 쓰지 않는다고.

그러니 고통과 사유하기를 끊임없이 배우라고!


혼란 속의 글쓰기는 내 안의 작은 나를 죽이고 애도하기의 끝없는 반복일지도 모르겠다.


애도 작업에서 주된 작동의 주체는 고통이 아니며 고통은 그저 깨어있다는 블랑쇼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고통 속에서 깨어있기를 긍정하는 것이 글쓰기라는 귀결은 너무 당연해 보인다.


지금 고통스러운데 글이 써지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https://brunch.co.kr/@voice4u/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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