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시낭송이 필요하다 62회

심사기준에 대하여

by 이숲오 eSOOPo

62



▩ 심사기준
1) 시 선택과 시 이해
2) 시의 감성 연출 능력
3) 발성, 발음, 호흡
4) 전체적인 무대매너


소년이 참가할 시낭송대회는 심사기준이 처음부터 공개되었다. 특별한 공표 없이 대회를 치르는 일이 다반사인데 이 대회는 기준을 참가자에게 알려 대회의 수준을 높이려는 취지로 보인다. 소년은 각각의 항목을 적으며 그 의미를 정리해 보았다.


시 선택은 경쟁하는 무대에서 절대적이다. 3분 내외의 낭송하기 좋은 시를 고르기란 쉽지 않다. 소년은 시 선택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될 수 있으면 대회에서 다루지 않은 시를 위주로 골랐다. 여러 편을 동시에 읽고 며칠 뒤 한 행이라도 분명하게 떠오르는 시를 선택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한 연이 통째로 기억에 남아 큰 고민이 없었다. 그건 시가 내 이야기에 녹아들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다음 시를 이해한다는 건 분석적인 차원보다는 정서적인 관점에서 그러하냐는 것이다. 꽃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꽃을 제대로 노래할 수 없다. 낭송은 꽃을 좋아하지 않는 이마저도 마음을 돌려놓을 힘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이해하라는 말은 사랑의 깊이와 이해의 폭을 가졌냐를 되묻는 것이다.


왜 감정이 아닌 감성일까. 감정은 연출의 대상이 아니다. 촛등 아래 그림자는 만드는 것이 아닌 초에 불을 붙이면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림자가 감정이며 어떤 초를 켜느냐가 감성이다.

시의 감성 연출 능력을 본다는 것은 그야말로 시의 장악력과 시가 악보라면 악기를 선택하는 감각을 보는 것이다. 그러니 익숙하거나 뻔한 선택은 실패한 연출이 되는 것이다.


발성, 발음, 호흡을 본다는 것은 낭송의 순간보다는 낭송 이전의 상태를 살피겠다는 것이다. 기본기라고 할 수 있는 읽기 능력은 말하기 능력으로 이어지는데 낭송은 그 사이에 위치해 있다. 낭송만을 위한 발성, 발음, 호흡은 없다. 읽기로부터의 그것만이 낭송을 견고하게 떠받쳐준다. 2층이 없는 3층 건물은 없다. 여기서 요구하는 것은 기본으로부터 출발을 했느냐고 급한 시도를 경고하는 것이다.


무대매너의 핵심은 공연의 볼거리 제공이다.

무대매너를 화려한 의상으로 국한해서 해석하면 안 된다. 무리한 퍼포먼스도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내면에서 나오는 부분밖에 없다. 매력이라고 적지만 긴 설명이 필요하다. 매력은 독특한 성질이 있어서 매력을 의식하는 순간 달아난다는 것이다. 온전히 타자의 것이다. 매력의 본질은 의도적 발산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수용이다. 낭독자는 가만히 자신의 낭독에 몰입할 때 가능해지는데 몰입의 질이 관건이다. 불필요한 감정으로 치닿을 경우 매력은 소멸되고 그 자리에 신파가 화려한 빛깔의 독버섯처럼 피어난다. 그럼 답은 명료해진다. 진솔한 나의 이야기만이 그 자리를 온전하게 메울 수밖에 없다.


소년은 마지막 항목까지 적고 나자 자신의 낭송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 이제는 분명해졌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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