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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pr 07. 2024

잇다이스트

0665

내가 섣불리 존경하는 H교수는 국내 최고의 연결전문가다.


최근 그를 또다시 만났을 때에는 자신을 잇다이스트로 소개했는데 소통이나 융합 따위의 표현은 진부하여 새로운 명칭을 만들었다고 했다.


'잇다'라는 순우리말에 사람을 칭하는 ist가 붙어 만든 조어인 셈이다.


ITDAIST


처음에는 잘못 알아들어 '이따위가 있어'로 들려 화를 낸 줄 알았으나 표정이 명랑해 금세 알아차렸다.


자신의 이름 첫 글자 H도 객체인 I들 간의 연결을 의미하고 있으니 자신이 잇다이스트가 된 건 운명과 다름 아니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얼마 전 내가 유수의 반 연간 과학잡지에 기고한 '원숭이 엉덩이 빛깔과 태양 표면의 플라스마 변화에 따른 역학관계'를  H교수가 읽고서는 급히 연락이 왔다.


3시간에 걸친 긴 통화였지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그 페이퍼는 원숭이 엉덩이의 영롱한 빛깔의 변화 수치와 이번 총선의 예측을 정확하게 예견한 자신의 그래프와 거짓말처럼 일치한다는 것이다.


무슨 이따위가 있어


속으로 웅얼거리는 순간 H교수의 비교분석표가 카톡으로 날아왔다.


그가 작성한 그래프는 일반적인 XY좌표가 아닌 입체적인 형태를 가졌는데 다이내믹한 움직임이 우아하고 신비롭기까지 했다.


자신도 아무거나 연결하는 것을 극도로 기피하는 신중한 사람이라고 묻지도 않은 답을 덧붙였다.


그리고는 현실정치에 관심이 많냐고 그럴 줄은 몰랐다며 너털웃음을 웃으며 조만간 가까운 시기에 만나서 명란 황태해장국을 먹자 하고는 끊었다.


나는 태양을 보며 동물원의 원숭이 엉덩이가 깊은 연관을 가질 거라는 가설을 세우고 7년간의 연구 끝에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다.


원숭이 엉덩이만 봐도 어느 동물원에 사는지 알 정도가 되었다.


이 연구가 정치 메커니즘과 유사하게 읽힌다니!


잇다이스트 H교수의 직관에 감탄하면서 지금 그가 보내준 일곱 장의 도표를 원숭이 엉덩이를 떠올리며 찬찬히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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