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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r 14. 2022

당신은 지금 시낭송이 필요하다 7회

시적인 맛이군요!

7



덜컹!

순간 놀라 눈을 뜬 노인은 버스 창에 기대어 있었다. 창 밖으로 줄지어진 나무들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면이 되어 빠르게 달리고 있다. 유월의 유럽 하늘은 고향에서 늘 보던 가을하늘처럼 드높았고 깊은 바닷빛이었다. 그 아래로 보이는 구릉같은 낮은 산들은 커다란 나무보다는 들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도로는 굽이굽이 해안선을 따라 이어졌고 가끔씩 이국적인 양식의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촌락이 보였다. 낯익으면서도 낯선 풍경을 보다가 무심하게 휴대전화 셔터를 누른다. 평생을 사진기로 사진을 찍고 전화기로 전화를 하는 것이 익숙한 노인은 세숫대야에 국을 담아 식사를 하는듯한 이 세상이 탐탁지 않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일이라 여긴다.

국경을 넘는 경계선에서 버스가 멈춘 사이 소년에게 사진과 함께 몇 글자를 남겼다.


귀국하는 즉시 소년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노인이 슬로베니아에 도착해 어느 동굴을 보고 나와 길을 걸으면서 분명해졌다. 노인도 소년이 무엇을 궁금해할지 짐작이 갔지만 그건 짐작일 뿐이고 결코 답을 말할수 있는 건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침을 거른 탓에 생각이 멈춘즈음 보이는 작은 식당에 들어가 먹물 파스타를 먹었다. 기대안한 것은 뜻밖의 만족을 준다. 그 기분을 계산하며 전하고 싶었으나 이 나라말을 하나도 모르고 왔다는 것에 당황해 뭐라도 전하고 싶어서 노인은 고민끝에 휘파람을 날리듯 말하고 식당을 나왔다.


-It's poetic ta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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