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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n 11. 2024

외로운 존재

0730

어제 익숙했던 것들이 오늘 낯설어지고

어제 풀리지 않은 것들이 오늘 해결되고

어제 가능했던 일들이 오늘 가로막히고

어제 친근한 이들이 오늘 서먹해지고

어제 없던 것들이 오늘 생겨나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 결코 앞으로 나아가는 직선 운동이 아님을 증명한다.

직선도 아니고 쌓아 올리는 적재도 아니니 삶은 매번 난해하다.


잘 편집되지 않은 영상을 보는 것 같고

설계도 없이 지은 건물에 사는 것 같고

날개가 없이 하늘을 날아가는 것 같고

지느러미도 없이 물속을 헤엄치는 것 같아서 함부로 앞장서서 가이드하다가는 왕왕 벼랑을 만난다.


미치지 않고서야 살 수 없다가도

생각이 없어서도 살 수 있다가도

많이 가지 않고는 살 수 없다가도

이웃이 없어도 살 수 있다가도

어설픈 다짐들이 무색해지는 어느 날 거리로 나와 걸으며 아무도 알아보든 말든 목놓아 울게 된다.



술자리마다 듣는 뻔한 레퍼토리가 있으니

점점 세상 살기 힘들어지네


세상에나! 인류가 탄생한 그날부터 살기 편한 시절이 있었을까.


힘들다는 것은 예측이 어렵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당연해지는 것들이 희박해진다는 얘기다.


복잡하게 계산하고 나서 받아 든 다른 정답들이 당연하다는 것인데 이를 반박할 방법이 무수하게 존재해서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태가 된다는 얘기다.


만나는 사람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라는 말을 듣게 되고 금방 수긍하고 돌아서서 침을 뱉고 다시 달려가 힘껏 안는다.


사는 것이 다이아몬드 스텝을 밟는 것처럼 패턴이 있다면 얼마나 경쾌할까라고 생각했다가 진부한 쪽으로 마음이 쏠린다.


브라운 운동을 하는 편이 살벌하지만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혼자는 규칙이 유리하고 다수는 불규칙이 안전하다.


그나마 모두를 살리는 쪽으로 세상이 돌아가면서 개인을 죽이는 쪽으로 세상이 등 떠민다.


이 상반된 진공의 틈바구니에서 인간은 철저하게 빈틈없이 외로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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