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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n 21. 2024

오지의 하지

0740

풍경이 뒤로 달려가던가
내가 앞으로 내달리던가


둘 중 하나!


배경과 나를 부단히 분리시키다 보면 새로운 시간이 도착해 있다.


실을 감으면 실패가 되는데

시간을 물레에 감으면 무엇이 되는가.


하늘과 땅을 산이 가르고 있다.


새는 이따금 모습을 보이며 지저귀다가 모습을 감추며 날아오른다.


태양이 공정하게 빛을 던지고 식물들은 잎이 손이 되어 받아 안는다.


따갑게 채찍질을 하는 거래에 인간이 끼어들 틈은 보이지 않는다.


여름은 자연의 폭정기.


일 년 중 하지는 가장 불면을 허락하지 않는 날이다.


굽이치는 도로 위로 버스들이 꼬리 치며 사라진다.


작은 물구덩을 지날 때마다 커피 향이 물씬 난다.


팔뚝에 튄 흙탕물을 혀에 대니 곡물라테 맛이다.


곡식이 익어가는 벌판의 낟알들이 도로 위로 올라와 제 몸을 말리다가 그리 된 것이다.


논 사이에 엉뚱한 건물들이 보인다.


논띠 스꼬르 다르디메


기억이 단단한 오늘은 밤이 되어도 해가 지지 않는다.


더 큰 고독을 머리에 이고 돌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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