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Jul 03. 2024

나무 지청구

0752

나뭇잎이 흔들린다.


걸어야겠다.


잎들의 환호를 받으며 걸어야겠다.


저들은 걷지 못하니 나를 재촉한다.


가만히 있지 말고 걸어보라고 한다.


환호라고 구실을 삼지만 부축이 맞다.


나무가 거들지 않은 산책이 있었던가.


매번 나무는 신호만 보낼 뿐 나무라는 법이 없다.


사실 무수한 잎들의 흔들림은 자잘한 지청구다.


바람의 전갈인 듯 하지만 나무의 자발적 메시지다.



가끔 실내에 있는 나무가 흐느적거릴 때 볼을 가져다 대보면 나무의 귀엣말이 또렷하게 들린다.


나무는 자태가 표정이다.


늘 정도를 알기에 물이 많아도 너무 적어도 나무는 몸 전체로 표정 짓는다.


욕심 없는 나무가 잎을 흔들 경우 외면해서는 안된다.


반려식물이면 나를 잘 알기에 신호마다 적절하다.


지금은 나무에 떠밀려 걷고 있다.


말듣기를 잘한 것 같다.


한 바탕 빗줄기 후의 공기는 상큼하다.


깊은 숲 속을 찾지 않아도 될 건전한 대기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나무는 가끔 나를 사라지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떤 오지랖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