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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l 09. 2024

책표지 색깔

0758

아도니스의 피에서 자랐을까
무함마드의 옷에서 피었을까


제라늄의 전설은 제각각이다.


처녀작은 보라색, 두 번째 저서는 카키가 들어간 디자인을 희망해 그리 했고 나의 세 번째 책표지는 마음속으로 오래전부터 제라늄으로 정해놓았었다.


이 세 가지 색의 조합은 내게 있어 의미가 크다.

(이것과 관련된 너무 긴 이야기를 늘어놓자면 몇 날 몇 밤을 찢어야 한다)


책 표지 때문에 사야 할 책을 안 산 적은 없지만 사지 않아도 될 책을 사기도 한다.


책 내용과 더불어 표지마저 뛰어난 책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색은 책의 비밀을 품고 있기도 하고 누설하기도 하기에 허투루 볼 수 없다.


어떤 공식처럼 정형화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낯빛처럼 에너지를 발산한다.


마침 오늘의 탄생화가 아이비 제라늄이다.


꽃말은 진실한 애정.


책을 쓰는 마음과 결이 비슷하다


쓰는 내용에 대한 진실한 의도와 문장마다의 애정이 깃들지 않은 책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꽃의 향기만큼 나의 책이 독자의 가슴에 은은하게 다가가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글도 완성하지 않고 제목도 짓지 않고 책표지 운운하는 걸 보니 자신이 다소 한심해 보인다.


그래도 고운 책을 상상하는 일은 작가에게 작은 즐거움이다.


변덕스러운 계획이 언제 틀어질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제라늄 빛깔을 가득 머금은 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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