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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l 19. 2024

매미가 운다

0768

맴맴매맴맴맴매맴맴맴맴매


길을 가다 전봇대에 매달려 우는 매미를 보았다.


울음소리가 전기 흐르는 소리 같아서 누전인 줄 알았다.


나무인 줄 알고 매달린 매미가 전봇대 나란한 나무가 아닌 곳을 울음장소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갑옷 같은 플라스틱 띠를 두른 전봇대가 나무보다 포근하진 않을 텐데 반항기 많은 청소년 매미인가.


폭우소리만큼 웅장한 매미소리가 쩌렁쩌렁하다.


매미는 소리가 존재의 전부이니까 매미일 게다.



울지도 않았거나 너무 작게 울었다면 매미는 무어라 불리었을까.


눈물도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쉼 없이 우는 매미를 보면 가끔 맴이 아프기도 하다.


어쩌면 매미는 웃고 있는 건데 소리 내는 인간 아닌 동물들을 싸잡아 운다고 몰아세운 건지도 모른다.


그것도 우스운 점이 매미가 무슨 웃을 일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


나무 둥치의 패턴을 읽으며 어떤 형상을 상상하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아까 울었던 울음의 박자를 놓쳤던 게 기억나 웃는 것도 아닐 테고...


불행하지 않다면 행복한 상태로 억지유도 하듯이 웃는 게 아니라면 비명이거나 우는 것이다.


칠년 간의 땅 속 생활이 억울해서 울 수도 있고

칠일 간의 땅 밖 생활이 아쉬워서 울 수도 있고


아무튼 여전히 매미는 전봇대를 떠나지 않고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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