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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으면서 왼쪽 다리를 심하게 떠는 버릇을 가지고 있지 않다.
비가 오면 창 밖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청승을 떨어 본 적이 없다.
하품을 할 때 입을 하마처럼 벌리며 어금니 때운 걸 보여 준 적이 없다.
처음 간 골목골목을 기억하지 못해 돌아올 때 헤매본 적이 없다.
이미 책장에 있는 책을 소유한 줄도 모르고 또 구매한 경험이 없다.
정말 없다
다시는 매일 하는 실천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한 기억이 없다.
시를 쓰겠다고 시작한 글쓰기가 시답잖은 동시로 끝난 추억이 없다.
영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거라고 큰소리치고 잠든 사례가 없다.
여름은 더워야 제 맛이지 하면서 카페에서 종일 졸아 본 적이 없다.
'알아서 주세요' 하면서 일의 단가를 몰래 확인해 본 적이 없다.
없다니까 글쎄
취미란에 '고전음악 감상'이라고 쓴 기억이 없다.
운동을 시작하려고 계획만 완벽한 채 사흘을 못 채운 적이 없다.
내가 안 해서 그렇지 한번 하면 난리난다고 큰소리 쳐 본 기억이 없다.
없다니까 모 없는 줄 알아야지 어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