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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Sep 26. 2024

유난의 추구

0837

스스로 유난스럽다 판단되면 작가의 소질을 의심하라


맛집의 리뷰가 나의 식당선택에 아무런 참고가 되지 않거나 오히려 기피조건이 된다거나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에 유행어나 시쳇말이 적극적으로 배제되어 발화 혹은 기술되거나


경쟁의 레이스보다 나만의 리듬루트에 쏠리거나


어제까지 박수받은 것들을 과감하게 폐기하거나


타인의 욕망에 대한 욕망기제가 발동하지 않거나


사물에 중독되지 않고 무리에 휩쓸리지 않거나


불특정한 것들의 모호함에 정신을 놓아버리지 않고

익숙한 것들의 가치를 수시로 새롭게 발견하거나


방법보다 이유에 천착한다면 이미 작가의 기질이다



유난은 집단 안에서 늘 거세당한다


세상은 비슷하게 살다가 비슷하게 죽기를 부추긴다


유난의 미덕은 어디에도 허용하지 않는다


작가는 유난의 우물을 찾아
유난스럽게 계승하는 자다


우리는 이제껏 무수한 과거의 우물파기 전문가가 파놓은 우물의 물을 마셔왔다(작가는 목말라 스스로 우물을 파는 자면서 물맛에 유난한 자다)


작가가 물맛에 예민하려면 얼마나 고독해야 하는가


다시 시끌벅적한 세상의 안락함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움막을 짓고 나만의 낡은 언어를 해체해 본다


200년 전 다산이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말한 오득천조吾得天助도 유난 즉 개성을 추구해 나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에 집중하란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이는 작가의 미덕과 조건에 맞닿아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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