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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글낚시

0851

by 이숲오 eSOOPo

생각 앞에 앉아 글낚시를 드리운다


깊어질수록 건질 글고기들이 늘어난다


생각이 마른날에는 문장이 거칠고 빈곤하다


흐르는 날과 고인 날의 문장이 차이 난다


가끔은 넘쳐흘러 글그물을 던지기도 한다


이때에는 노이즈 문장들도 그물에 걸려든다


아직 덜 자란 생각문장들은 놓아주는 편이다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고 죽은 생선을 풀어놓고 글낚시를 할 수는 없다


문장낚시는 살아있는 것만 인정하는 놀이다


진득한 자리 지키기도 중요하고 나만의 자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고 도구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남들이 좋다는 자리들은 이미 나쁜 자리일 수 있다


월척은 다 잡히고 새로운 고기는 희박한 곳이 된다


스스로 글길을 내고 마른 곳에 생각을 부어 채운다


처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혼자를 낯설어하지 않기만 하면 그곳은 신세계가 되고 글의 별천지가 맞다


세상은 자기 것의 누추함만 들추게 부추기니 등잔 밑의 보석들을 밟고 지나가 준석들만 구하게 한다


몰리는 순간 변질되어 버리는 생각의 성질머리


빌려다 쓰는 순간 생기가 사라지는 문장의 신선도


가장 안전한 유통구조는 내가 생산한 채로 낚는 것


그것의 기형과 불균형과 미숙함은 쓸쓰록 사라지고 가장 아름다운 어쩌면 나다운 모양으로 탈바꿈한다


우리는 그것만 보고 싶고 그것만 가치를 부여한다


오로지 그대만 읽고 싶어요


*고작 한 자리만 남아서 그대를 모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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