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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Oct 17. 2024

무심한 열의

0858

뜨거울수록 뾰족해지면 안 된다


열정적일 때에 가장 어리석고 날카롭기 쉽다


무엇이라도 뚫고 나갈듯한 기세는 가속의 둔탁함 때문이지 내용의 육중함에 있지 않음을 간과한다


열의는 뭉쳐지는 성질의 것인데 이를 수시로 펼쳐 풀어서 가닥가닥이 엉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마치 엄청난 속도로 지나가는 물체에 주변의 사물이 들러붙는 것을 자성으로 혼돈할 수 있다


자주 냉정의 냉탕에 식히며 서늘하게 다룬다


열의의 속살이 진짜라면 본질은 변치 않는다


취한 것과 물든 것을 서로 바꿔 놓지 않아야 한다


자칫 설레발과 호들갑의 덫에 걸릴지도 모른다



'치다'와 '떨다'는 거칠고 사려 깊지 못한 리듬이다


들뜬 마음 아래로 흐르는 흙탕물과 지나가는 도둑쥐들이 마음 밑동을 할퀴고 갉아먹는다


무심은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마음 중심 추의 요동이 없는 것이므로 코어가 단단한 상태이다


속은 부드럽고 겉이 바삭해지는 절묘함은 빵보다 마음에서 더 시급할지도 모른다


무턱대고 끓여 함부로 증발시키지 않고 드라이아이스처럼 서늘하게 뜨거워지는 것을 상상해 본다


내가 가는 길이 예술에게서 신세를 지고 안내받고 있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태양을 파랗게 바라보는 것이 결코 착시와 착란의 탓만은 아니듯이


오늘의 탄생화가 꽃이 아닌 과일이란 게 이상하지 않게 보일 것이다 열리고 맺히고 향을 발산하므로


차가 식었으니 천장에 뿌리고 그만 일어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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