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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일상

0875

by 이숲오 eSOOPo

창이 흔들린다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컴컴한 산 아래 옹달샘 같은 음식점에서 이국적인 면요리와 풀요리를 먹고는 버젓이 홍차를 마신다


잔이 흔들린다 올 겨울에는 너무 춥지 말아야지


어린이집을 오랫동안 운영하다가 원룸임대를 하려고 집을 고치는 이웃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땅이 흔들린다 껌이 붙은 바퀴는 쉼 없이 돌고 있다


세기말 시대를 풍미한 가수가 시에 곡을 붙이자 꿈틀거린다 반복은 부드러운 소음 부끄러운 자기애


눈이 흔들린다 보이는 것마다 희미하다


사물의 소리가 잘 안 들리는 건 청각이 아닌 사물의 수명이 다한 탓이라고 벙어리가 말하는 걸 듣는다


마음을 무리하게 쓴 탓일까 몸을 지나치게 쓴 걸까


자다가 깨다가 쓰다가 멍하니 있다가 앉아서 존다


벽에 비치는 창 모양의 그림자는 오렌지 빛깔이다


두 장 남은 달력을 보니 올해도 13월은 없겠구나


마지막 오리엔테이션에는 무슨 말을 해야할까


무대를 즐기는 방법을 말할까

경쟁을 피하는 요령을 말할까


수많은 책장의 책들은 독서를 멈추면 조용하다가도 한 권을 뽑아 드는 순간 지난 밀린 독서를 꾸짖는다


먹고 싶은 것이 없는 날에도 살고 싶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사는 것이 구차한 날에도 먹고 있는 나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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