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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이현 Feb 22. 2020

글쓰기, 냇물의 징검돌을 건너듯

2020년 1월 1주차, 글쓰기 모임, 첫번째 수업 과제 


“글쓰기는 냇물에 징검돌을 놓는 것과 같다. 

돌이 너무 촘촘히 놓이면 건너는 재미가 없고,

너무 멀게 놓이면 건널 수가 없다.” - 이성복      



1.     

누군가를 의식하고 쓰는 글은 어렵다. 어린 시절, 글짓기 대회에서도 상을 타려는 욕심으로 쓴 글들은 늘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다시금 누군가의 평가를 앞둔 글 앞에서 얼마나 나를 온전히 담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저 한 걸음씩 내디디며 단어와 단어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를 건너가 보는 일쯤으로 가볍게 생각해보자.    

  

나를 내어놓는 일이 어른이 된 이후에는, 늘 작은 두려움을 수반하는 일이 되었다. 마치 배우가 무대라는 공간이 주는 공포를 극복하고 관객에게 드러나는 순간들처럼, 나 역시 나의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는 부서지기 쉬운 벗겨진 존재로서 무대 위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이 공포를 극복할 수 있을까. 내일 모임에 나갈 수는 있을지, 벌써 걱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일 11시, 내가 이 공포의 시공간을 넘어 강남역 어딘가에서 나의 잡문을 들고 앉아있다면 좋겠다.      

내 앞에 흐르는 냇물의 징검돌을 보고만 있어서는 일상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테니까. 돌을 헛디뎌 거친 물살에 몸이 흔들리더라도 다시금 균형을 잡고 어느 냇물의 징검돌을 넘어 다른 마을의 존재와 만나기를 소원한다.      


그것은 이전과는 달리, 조금은 더 용감해지고 조금은 더 솔직해진 나와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동시에 누군가 역시, 그러한 두려움을 안은 채 자신만의 징검돌을 넘어 약속한 오늘의 장소로 오고 있을 것이다.    

  

2.      

선생님과 약속한 1장 반의 분량이 이토록 멀게 놓인 징검돌일 줄은 몰랐다. 너무 멀게 놓인 탓에 건널 수가 없었다. 마저 다 건너갈 수가 없었던 것은 멀게 놓인 돌 사이의 냇물에서 내가 자꾸만 쉬어간 탓이다. 못다 건너간 징검돌들이 눈에 밟힌다. 마치 이루지 못했던 내 삶의 수많은 다짐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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