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거리

#시

by 김도영

잊혀질 거리. / 김도영


샛별이 밤의 커튼을 드리우고 주인공이 되는
거리엔 가로등 누가 더 밝나 하며 한 판 내기를 한다.
어스름한 골목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구국의 전사들이
청춘을 돌려도 하며 갈지자의 스텝을 밟는다.
가로등 하나가 깜박깜박 윙크하며
나 한 번 봐도 하며 신호를 보낸다.
마지막 차에서 내린 하이힐은 총총걸음으로 둥지를 찾아가고
테이블 하나 차지한 손님은 혼자 술 마시며
청춘의 독백을 담배 연기에 날려 보낸다.
빈티지한 전축에선 거리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술집 네온사인 한쪽은 푹 잠자고 있다.
바람에 날리는 신문지 귀퉁이에 애인 구한다는 배짱 좋은 광고가
지나는 솔로의 허전함을 채운다.
거리의 돌부리마냥 튀어나온 포차는 구수한 곱창 내음이
가객들의 코를 벌렁거리게 하고
주머니 가벼운 하루살이 인생은 한 잔 소주에 한 점을 집어먹고
천 원짜리 한 장을 팁 주듯이 놓으며
길양이 들의 놀이터로 향한다.
이 거리는 오늘도 여러 주인공이 등장했다 퇴장하는
작은 무대가 된다.
손뼉 쳐주는 관객 없는 주인공들
그들이 사라지면 이 거리는 잊혀진 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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