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필

#시

by 김도영

절필 / 김도영


때론 무언가를 쓰고 싶어 밤새우며 끄적이다
어느 날 연필을 부러트린다.
아열대 날씨도 아닌데 죄 없는 공책 불태운다.

상념들이 서로 싸우다 지칠 때쯤
게거품 무는 파도처럼 부딪히다 부딪히다
힘에 겨워 가라앉을 때
백사장 위 발자국들 슬며시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쉬지 않고 달려온 오늘까지의 삶
달력 한 장 또 뜯어내는 팔월의 마지막 날
새로 나타나는 구월을 바라보며
무엇을 구애하였는지 돌이킨다.

좋아요, 엄지척에 끌려가다
뒤돌아본 발자국 말을 건넨다.
진정한 것은 너 자신에게 있단다

고심하며 만들어 놓은 문자의 성
지움 키 한 번 클릭하면 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세계
야단법석을 피우며 꽃을 놓던 사람들
영정 속의 미소는 그때만 웃고 사라진다.

절생인가,
구월의 삶은 또 어떻게 그려질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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