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와 문학

#시

by 김도영

엔지니어와 문학

김도영


밤새도록 컴퓨터 언어들이 춤을 추고
회로설계 부품들이 화면에서 노닌다.
인두기 납땜 연기 졸린 눈 깨워주고
꽉 막힌 콧구멍 뚫어 논다.

빗발치는 납기 단축 원가 절감 요청
지끈지끈 머리 싸매며 밤을 지새운다.
모이면 하는 말들은 오직
부품, 생산 ,개발, 원가, 자료, 인재, 납기, 계획, 회의.....
주말이 없는 금 금 금 월요일
언제 흘러갔나, 세월인지 네월인지

이부자리 속 의무방어전은 타이틀 잃은 지 오래
쌓이는 스트레스 담배 한 대 술 한 잔
그래도 이것 좋은 이유
얘들은 거짓말 안 한다는 것
버그 생기면 모든 것은 내 잘못
하나하나 버그 잡아가는 맛에 오늘도 별들과 건배를 한다.

세월은 가고 나이는 먹어가는데
마음 어느 구석 허전함은 왜 다가오나
뜨거운 태양이 지쳐서 사그라지는
코스모스 방긋이 손짓하는 시절이 되면
왠지 쓸쓸함만 인두기 끝에 매달려 있고
닳아진 자판 위 훈민정음과 알파벹은
오늘을 멍 때리게 만든다.

무심코 들리는 음악에 잠시 커피 한 잔 들고
창가로 간다.
가로등 하나둘 깨어 나와 우리 세상을 외치는 밤
책장에 누군가 버려둔 먼지 앉은 시집이 손에 잡힌다.
무심코 넘긴 책장에 오래 묵은 종이 냄새
불현듯 학창 시절 떠올리게 한다.

한때는 낭만도 있었다. 꿈도 있었다.
연극도 보았고 시집도 만지작거렸다.
음악을 들으며 거리를 누볐다.
그림을 보면서 아는 소리도 해보았다.
춤도 추어보았고 사랑도 해보았다.

그때는 그래도 무언가 사는 것 같았었다.
지금은.....
그냥 챗바퀴 굴러가듯 시계추가 되어있다.

짧은 글 속에 무언가 담겨있는 느낌이 든다.
커피잔이 식어간다.
마음속에 하나 남는 것이 있다면
아까 잠깐 무심코 읽어 본
글.....

그래 잠깐이라도 시 한 수라도 읽어 보자.
그래 잠깐이라도 그림 한 번 감상해보자.

오늘 밤은 별이 유난히 잘 보인다.
그래 잠깐이라도 북극성이라도 찾아보자.

나의 샛별은 어디에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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