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1
실시설계를 마무리 짓고, 입찰 방식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했다.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는 공정성을 위해 입찰이라는 방식을 통한다. 그러나 이 입찰 방식의 한계는 가격을 기반으로 한 복불복의 결과를 가져오는 데 있다. 최소한의 검증 과정을 통하긴 하지만, 시공사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그래서 지역 제한의 적정가(사실은 최저가에 가까운) 입찰 방식을 따를 때는 최악의 시공사를 만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입찰을 통해 선정된 시공사는 춘천의 한 작은 시공사였다. 방수업으로 시작해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일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현장 소장으로 파견된 이는 다른 현장이라면 현장 기사 정도밖에 되지 않을 30대 초반의 젊은이였다. 이럴 땐 그저 부지런히 감리를 다니는 수밖에 없다.
1월에 말에 착공을 하고, 서울과 강원도를 매주 1-2회 오가는 감리가 시작되었다. 겨울 공사라 작업자들도 감리를 하는 나도 고생이 많았다. 강원도의 매서운 추위에 결국 패딩을 하나 새로 장만을 해야만 했다.
기존에 남아있던 건식 벽체와 출입구 캐노피, 창호 등을 철거하는 것으로 공사가 시작되었다. 평면 계획에 따라 출입구가 바뀌면서 기존의 출입구를 메우고, 비내력벽의 일부를 커팅했다. 안으로 자연 채광을 충분히 들이기 위해 남측으로도 새롭게 큰 창을 하나 뚫어주었다.
화장실과 조리실 등을 시멘트 벽돌을 쌓아 구획하는 조적공사가 선행되었고, 벽, 천정 단열 공사와 바닥 난방 공사가 이어졌다.
습식 공사가 끝나고 목공사 팀이 들어왔고, 마감 공사와 내부 공간 형태를 만들어 갔다. 내부 마감은 석고보드에 친환경 페인트 적용을 기본으로, 집 모양의 아이들이 숨을 수 있게 마는 공간들은 자작나무 합판을 적용해 공간의 포인트가 되게 했다. 깨끗한 흰색을 바탕으로 한 우드톤이 주조를 이루고, 그린을 포인트 컬러로 잡아 전체적으로는 은은하고 따뜻한 느낌이 나게 했다.
1층의 프로그램실 안쪽의 2단 다락 공간은 깊숙이 숨겨놓은 이 집의 심장 같은 공간이다. 기존 보 구조체와의 관계 때문에 지붕 형태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하는 것과 사다리 디자인을 두고 목수 분과 현장에서 함께 궁리를 했다.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 같은 경우는 현장에서 새로운 상황들이 툭툭 튀어나와 계속 현장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조율을 해 주어야 한다. 먼 거리를 매주 달려가고, 수없이 많은 사진과 통화를 하며 고생을 자처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