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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 Jan 27. 2019

잠 못 드는 세계

잠들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 충분히 피곤한 생활을 해왔기에, 잠이 모자랄 망정 잠들기가 어려운 적은 없었는데, 독립을 하고 강원도 프로젝트를 하며 처음으로 수면 유도제라는 것을 먹기 시작했다.


회사 생활을 할 때는 아무리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퇴근을 하면 일단 상황은 종료되었고 잠 역시 잘 잤었다. 그런데 독립을 하자 내가 곧 회사이다 보니 모든 책임은 나에게 지워지고, 24시간이 일하는 시간이 되어 늘 긴장상태가 되었다.


강원도의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예산의 한계로 몇몇 불안요소들을 가지고 있었고, 그 한계를 안고 가며 매일 밤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이가 드니 잠을 못 자면 다음 날 일의 집중도가 현저하게 떨어졌고, 하는 수 없이 수면유도제라는 것을 먹기 시작했다.


수면유도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수면제와 달리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그 성분 역시 항히스타민으로 습관성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알레르기 완화제와 같은 성분이고 중독성도 없다고 하니, 크게 염려하지 않고 잠들지 못할 때면 수면유도제 한 알을 스스로에게 처방했다. 그러다 어느새 당연한 듯 약을  집어 드는 나를 발견하고는 움찔했다.


요즘 아침에 깨도 영 개운하지가 않고 일이나 공부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져 왜 이런가 했는데, 오늘 이 글을 쓰다 찾아보니 이 모든 증세가 수면유도제 장기 복용의 부작용 중의 하나였다. 이거 큰일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책임이 많아진다는 것이고, 그에 따른 걱정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시간이 갈수록 생활과 일은 안정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정글로 깊숙이 들어가는 기분이다. 격동하는 사회와 함께 여전히 생존을 고민하고, 여러 권력의 암투와 인간관계의 힘 겨루기에 시달려야 한다.


각자가 성실하게 주어진 몫의 일을 하며,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며 평화롭게 살아가면 되는 것인데, 왜 이리 불면증에 시달리는 어른이들이 많아졌나 싶다. 불면을 권하는 사회이다.


2019.01.27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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