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의 재발견
마시멜로와 씨름하며 한 주를 보냈다.
‘틀 바닥에 마시멜로를 깔았으면 어땠을까?’
바노피 마들렌을 만들며 머릿속을 스쳐 간 한 가지 아이디어. 마시멜로를 틀과 직접 맞닿게 했으면, 캐러멜화가 좀 더 극적으로 일어나서 훨씬 만족스럽지 않았을까. 시간이 없어서 한 번 더 해보진 못했지만, 그 한 가지 아이디어가 목에 걸린 가시처럼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어차피 마시멜로를 얇게 펴는 기술은 나름 터득했으니 가볍게 한 번 더 만들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빨리 만들면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을 테고, 다음 마들렌 만드는 데도 큰 무리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근데 이게 웬걸.
마시멜로의 위치가 바뀌자, 예상 밖의 상황이 전개됐다. 마시멜로는 설탕과 젤라틴을 주재료로 풍성한 거품을 굳혀 스펀지 질감을 낸 과자이다. 사실상 굳은 거품이나 마찬가지라 거품층을 유지하고 있는 젤라틴이 녹고, 내부에 갇혀있던 공기층이 팽창하면 어마어마하게 부피가 늘어난다. 바닥에 얇게 깔려있던 마시멜로는 오븐 속에서 급속도로 끓어 넘치며 마들렌의 성장을 방해했다. 위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아래에선 위로 팽창할 공간이 많다 보니 폭주하는 모습이었다. 급기야 마들렌 반죽을 비집고 새어 나와 틀 밖에서 지글지글 익어갔고, 마들렌 반죽은 제대로 부풀지 못한 채 덩달아 틀 밖으로 퍼져버렸다. 그을린 마시멜로에 가득 올린 토핑이 뒤섞이며 마들렌은 엉망이 되었다. 의외로 맛은 나름 괜찮았지만, 그대로 넘어가기엔 여전히 찜찜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결국 본격적으로 마시멜로 마들렌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계획된 이번 주 마들렌의 진짜 이름은 ‘캐러멜로 초코 바나나 마들렌’, 캐러멜화된 마시멜로가 주인공인 마들렌이었다. 바노피 마들렌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바나나를 넣어 만든 둘세 데 레체와 초콜릿을 섞은 마들렌 반죽을 준비하고 필링은 제외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마시멜로.
마시멜로를 얇게 펴서 틀에 빈틈없이 까는 것부터 난관이었지만,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마시멜로 특성상 오븐 속에서 끓어오르는 걸 막을 수는 없었고, 끓어오르는 마시멜로가 마들렌 반죽에 영향을 주는 걸 막을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한번 구워 모양을 잡은 뒤 사용하는 건 어떨까. 사실 처음엔 너무나 순진하게 마시멜로를 얇게 펴서 마들렌 틀에 깔아 구우면 그 모양대로 캐러멜화가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븐에 넣자마자 고생스레 얇게 편 마시멜로는 덧없이 녹아내려 마들렌 틀 바닥에 고였고, 곧 엄청난 기세로 부풀어 틀 밖까지 끓어 넘쳐버렸다. 생각해 보면 열에 약한 젤라틴이 먼저 녹으면서 구조가 완전히 무너지고, 그 이후 부푸는 과정이 일어나는 게 당연했다. 틀 모양대로 캐러멜화가 되긴커녕 금세 끓어 넘쳐 정신없이 흩어진 마시멜로의 잔해가 눈앞에 남아 있었다. 난감한 마음이 들었다.
몇 번이나 다시 마시멜로를 구워냈을까.
여러 방법을 시도했지만, 내가 가진 저렴한 틀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긴 힘들어 보였다. 결국, 마시멜로와 마들렌 반죽의 비율을 조절하기로 했다. 마시멜로는 양을 줄이고, 좀 더 얇게 밀어서 틀에 밀착시켰고, 마들렌 반죽의 양도 조금 줄였다. 그리고 바노피 마들렌을 만들 때 유일한 아쉬움이었던 약간의 느끼함을 잡기 위해 짠맛을 좀 더 강하게 조절했다.
그렇게 드디어 제대로 된 캐러멜로 마들렌이 탄생했다.
철 틀과 직접 닿아 제대로 캐러멜화된 마시멜로가 마치 파사삭 부서지는 크림 브륄레의 그을린 설탕처럼 아주 얇고 바삭한 껍질을 형성했다. 거기에 믿고 먹는 초콜릿, 바나나 그리고 캐러멜의 조화와 느끼한 맛을 잡기 위한 짠맛이 포인트가 되어주면서 바노피 마들렌과는 완전히 다른 인상의 새로운 마들렌이 탄생했다. 반죽 위에 올린 마시멜로는 쫄깃한 식감을 자아냈고, 캐러멜로와 함께 통밀쿠키가 특유의 고소함과 오독오독한 식감을 선사하니, 입안에서 단짠의 축제가 열린 듯했다.
마시멜로의 재발견. 평소 마시멜로는 입에도 대지 않으시는 어머니께서도 연신 놀라시며 왜 다들 마시멜로를 구워 먹는지 알 것 같다고 웃으셨다. 비로소 마시멜로가 찐득하게 손에 들러붙어 짜증 섞인 한숨을 깊게 내어 쉬며 괴로워하던 지난 한 주의 고생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래, 역시 궁금하면 해봐야 하고, 기왕 해봤으면 제대로 끝맺는 게 맞는 일이다. 한동안 마시멜로를 쳐다보기도 싫었는데, 막상 이런저런 실패를 하다 보니 또 다른 아이디어가 하나둘 떠올랐다. 어쩌면 이번 가을은 마시멜로와 함께하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