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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약사 Mar 12. 2018

아일랜드 변두리로 떠나는 휴가

《그 겨울의 일주일》 ㅡ 메이브 빈치







여긴 생각하기에 좋은 장소야.
바닷가에 나가면 더 작아진 기분이 들거든.
내가 덜 중요해지는 것 같고.
그러면 모든 것이 알맞은 비율을 되찾게 되지.






 그런 날들이 있다. 아무 생각없이 읽을 수 있는, 말그대로 '이야기'를 읽고 싶은 기분. 요즘은 모든 문학 속에 어떤 '시대 정신'이 들어있지 않으면 너무 가볍게 치부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 소설에서는 더욱 그런 것만 같아서, (어쩌면 비단 문학 뿐만이 아니라, 영화에서도 그런 것만 같다) 그런 소설을 멀리하게 되는 때가 있는 것 같다. ─ 딱, 요즘의 내가 그랬다. 그냥 머리 쓰지 않고, 사회 비판이라든가, 경제적인 요소라든가, 정치적인 이야기가 아닌, 그냥 술술 읽히는 소설을 읽고 싶었다. 거기에 내재된 사회이념이나 사회비판적 요소를 찾을 필요 없이, 그저 쉴수 있는, 그런 소설. 



 그래서였을까. 사전 지식이라고는 전혀 없이, 단순히 책의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버렸다. 그리고 나는 매우 만족했다. 아일랜드 국민 작가, 메이브 빈치의《그 겨울의 일주일》은 딱 그런 소설이었다.





문제가 그 자체로 말끔히 풀리지 않는 것은
우연들 때문이다.
문제가 풀리는 것은 결심을 할 때다.



 화롯가에서 할머니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 같은 소설. 작가 메이브 빈치는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문학계의 이야기꾼으로 손꼽히는 작가들이 꽤 있지만, 메이브 빈치는 그런 자극적인 이야기꾼은 결코 아니다. 숨막히는 플롯과 예상못한 반전, 치밀한 구성설계 ─ 이런 류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옛날이야기 들려주듯이 물흐르듯, 의식의 흐름대로 편안하게 흘러나오는 그런 류의 이야기.






행운의 일부는 우리가 만드는 거예요
어쩌면.
하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주려 할 때 귀를 기울였어.
그분은 그걸 못했지.





 하지만 그런 편안한 이야기 속에도 세상을 향한 따뜻한 눈과 미래에 대한 조언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기에, 단순한 재미로 읽는 소설로 치부하기엔 묵직하다. 마치 훈훈한 온기가 가슴을 푸근하게 감싸안는 듯한 그런 묵직함으로 다가오는 소설. 소설 속 인물들처럼, 아일랜드 해안가 어느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호텔에서 그 특유의 앤틱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맘껏 즐기며 휴양하고 싶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이 소설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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