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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약사 Jan 05. 2018

우리가 바라는 기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ㅡ 히가시노 게이고





내가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오래 전에 읽은 책이지만, 영화가 나왔다는 말에 다시 집어 들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스릴러 풍의 소설이 아니기에, 더욱 좋아하는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적당한 판타지와 동화적인 요소, 그리고 감동코드가 적절하게 배합된, 아주 맛깔스런 퓨전요리 같은 소설. 아주 문학적으로 뛰어나거나 완벽한 스토리를 구가한다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가볍게 읽히기에 기분좋은 책이 아닐까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잘 읽는 성격은 아니었다. 지금도 몇가지 영화화된 그의 작품만 접했을 뿐, 소설을 읽어본 것은 이 소설이 전부일 정도니까.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서 내가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세계에 대해 가지고 있던 약간의 색안경을 벗어던질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나는 그의 작품을 대중성에만 집중한 재미와 반전 위주의 스릴러 ─ 라고 멋대로 규정짓고 있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서야 그의 작품세계가 그렇게 편협된 세상이 아니라, 좀더 넓은 의미의 인간애적인 관점을 담고 있는 따뜻한 세계임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




 한마디로 말하자면, 판타지 소설이다. 요정이나 호빗이 나오는 판타지가 아니라, 타임슬립이라는 요소가 들어간 그런 류의 판타지.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하나의 공간을 두 개의 시간이 넘나든다. 현재를 이야기 하다가 순식간에 40년 전으로 돌아갔다가, 각 장마다 소개되는 일화들은 또다시 다른 장에서 다루는 일화들과 포개지고 겹쳐진다. 시간이 겹쳐지고 공간이 겹쳐지고 인물이 넘나든다. ─ 참 뛰어난 구성력이다. 마치 씨실과 날실이 얽혀있는, 아주 잘 짜인 아름다운 옷감을 보는 듯 하다.




 

 부디 내 말을 믿어 보세요.
아무리 현실이 답답하더라도
내일은 오늘보다 멋진 날이 되리라, 하고요.



 참 따뜻한 소설. 그러면서도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는 탄탄한 소설. ─ 나는 이 소설에 대해 이렇게 평가 하고 싶다. 우리 제각각은 다들 저마다의 고민들로 힘들어 하고 있다.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그런 우리들에게 토닥토닥 위로가 되어 줄 소설이 아닐까. 이런 이야기는 판타지야, 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담겨진 메시지가 너무 따듯하다. 그 온기에 나도 모르게 녹아들고 만다. 그리고 각박한 세상 속에서 몸도 마음도 얼어 붙어 있기만 했던 것은 아닌지, 이 소설의 따뜻한 시선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만다. 



 지금 조금 답답한 기분인가? 뭔가 나아가고는 있지만 눈앞에 막막한 기분인가? 어디든 붙잡고 하소연 하고 싶은 기분인가? 그런 기분의 모든 현대인들에게, 한번쯤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소설. 이 소설 특유의 낭만적이고 아늑한 분위기에 심취해서, 우리들의 현실도 그렇게 따뜻한 기분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바로 볼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그 온기가, 나의 심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다소 위축되어 가고 있던 나 자신을 다시금 바로 세울수 있는 힘을 줄 테니까.





p447.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p269.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난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 같은 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 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P315.

온 가족이 같은 배에 타고 있기만 하면 함께 올바른 길로 돌아오는 것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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