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과 '자존감'에 대하여, 영화 《온리포유》
"마크 주커버그"가 좋아할 영화,
라는 웃긴 소개글을 읽고는
별 큰 기대 없이 보게 된 영화.
본격 페이스북 홍보 영화, 라고 생각될 정도로
페이스북이 모토가 된 영화라고 할수도 있을것 같은데.
그러나 꽤 ─ 재밌다.
누구나 연애를 하거나, 사랑을 하게되면
한번쯤은 고민해 보는 문제.
누군가를 좋아할때, 나는 그에게 맞추려고 한다.
하지만 과연 그 모습은 진짜 내 모습이 맞는 걸까.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것 아닐까
남자주인공 샘은 비주류, 삼류 작가에 머물러 있다.
어딘지 모르게 늘 주저대고, 자신없어 하는 그.
세상과의 대화에 꽤 어설픈 그.
그런 그가 어느 카페에서 일하는 버디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친구의 조언을 받아, 샘은 버디에 관한 '모든 정보'를 그녀의 SNS를 통해서 얻어낸다.
그리고 거의 스토커(?) 스럽게 그녀가 좋아하는 모든 것에 대해서 알고,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을 배우려고 애쓰고,
그녀가 멋있다고 말하는 남자상에 맞추려고 하루하루를 보낸다.
정작, 그녀에게 말 걸 용기는 내지도 못하면서.
다만,
그의 모든 감정과 속 이야기를
그만의 소설로 쓰기 시작한다
그렇게 SNS로만 짝사랑 해오던 그녀에게 드디어 용기를 내고.
(사실은 그렇게 우연히 만나는 과정도, 그가 그녀의 SNS를 통해서 그녀의 행적을 파악했기 때문이라는... 정말 스토커스런 장면;;)
순진하리만큼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맞추려는 샘.
쿨하고 활동적인 버디 역시, 그의 순수한 마음에 끌린다.
버디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샘이 평소에 절대 하지 않던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다 하고.
버디가 공원에서 그림을 동안에는 말없이 그녀 곁을 지켜주고.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어주고.
그녀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을 함께 가고.
하지만 ─ 그 속에, '샘'의 무언가는 없었다.
샘이 좋아하는 음식 이라든가,
샘이 좋아하는 장소라든가,
샘이 하고 싶은 일이라든가.
과연, 버디와 연애를 하고 있는 그는 누구일까.
'샘'일까, 아니면 샘이 만든 가상의 인물인가.
그러던 중 개방적인 사고와 쿨한 성격을 가진 버디는
예전 남자친구와도 스스럼 없는 친구사이로 지내고 있었고,
샘을 자신의 전남친에게까지 소개해주는데,
샘이 그토록 되려고 배우고 노력한 모든 성향을 가진
그녀의 전 남자친구를 보고는 더욱더 자존감을 잃어하는 샘.
결국, 모든것을 그녀에게 맞추던 샘이 폭발하고 만다.
아무도 그런 "무조건적인 맞춤"을 강요하지 않았으나
한마디로 '찌질남' 샘의 혼자만의 내적고통.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디저트를 모른다고
내가 당신을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제발 알려줘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으면서 알아주기 바라는 샘에게,
"제발 알려줘요"라고 말하는 버디를 혼자 내버려두고 나가버리는 샘.
하지만,
샘이 쓰고 있던 소설을 읽던 출판사 관계자의 의도치 않은 일침으로
샘은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고는
본인의 문제점을 깨닫게 된다
적당히 유치하고,
적당히 진실된,
적당히 재밌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보는 감정이 아닐까.
개개인의 정도차이는 있겠지만.
샘 정도로 무조건적이진 않더라도,
누군가를 향하는 마음으로 그 누군가에게 자신을 맞추게 되고.
그 누군가의 일거수 일투족을 궁금해하고
거기에 맞춰서 나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마음.
그러다가 불현듯, 저사람은 나를 위해 이런 노력을 하기나 하는 걸까.
저사람이 아는 '나'는 과연 진짜 '나'인 것일까.
저 사람이 나의 본모습을 알고 좋아하는 것일까.
단순히 페이스북에 얽힌 신세대의 러브스토리에 그칠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겠지만,
우리모두가 일면, 샘과 같은 찌질함을 가지고 있기에,
꽤 진지하게도 감상할수 있을 법한 영화.
그래도 나는 찌질한 쪽을 택하련다.
─ 원래 진심은 항상, 찌질한 법이니까.
응. 그렇게 나는
'쿨'한 멋쟁이 보단
진심어린 '찌질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