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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약사 Aug 09. 2016

당신은,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를 아시나요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 줄리언 반스



그는 3개월 동안 그의 능력껏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녀의 사랑에 타임 스위치가 내장되어 있었던 것 뿐.



줄리언 반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는 소설로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전율이란 ─ !



그의 이름을 우연히 다시 만났을 때, 나는 제목도 보지 않고 덥썩 그의 책을 집어 들었다. 아니, 집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느 때 처럼 머릿말 부분을 읽어 나가면서 더욱 이 책에 매료될 수 밖에 없었다. 나를 전율시킨 그의 "그 자신의" 이야기 ─



그렇다. 이 책은 그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가 너무나도 사랑했던 아내와 사별하고 쓴 첫 소설. 사별 이후 그 슬픔 속에 침잠해 있던 그의 감정을 끌어올린, 하지만 절대로 격정적이진 않게, 담담하게 써 내려간 그의 슬픈 기록.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아내가 살아있다면
그러길 바랐을 모습대로 살아야만 한다.




얼핏 읽으면, 이 책이 어딜봐서 사별한 아내를 기리는 소설인가, 싶을 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딱딱하게, 담담하게, 억제된 슬픔 속에서 글을 써내려가고 있으니. 하지만 그것이 바로 줄리언 반스이다. 그 담담한 문체 속에 담긴, 한 문장 한 문장, 그 안에는 절절한 그리움과 슬픔이 내재되어 있음을 ─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알게 된다. 어떤 특정 문장에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가슴에서 가슴으로 그의 마음이 전해지는, 그런 안타까움.



약간 난해하게 읽힐 수도 있겠으나, 끈기를 갖고 읽어보길 권한다. ─ 역시 줄리언 반스의 소설이다.






그제야 비로소 그는 깨달았다.

그가 물었다면 그녀는

'내가 당신을 사랑할수 있는 동안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라고 대답했으리라는 것을.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머지않아 이런저런 이유로 그 둘중 하나가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빈자리는 애초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의 총합보다 크다.

이는 수학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가능하다.





비탄은 시간을 바꾼다.

시간의 길이를, 시간의 결을, 시간의 기능을 바꿔놓는다.

오늘 하루가 내일과 전혀 다르지 않게 돼버린 마당에,

굳이 각각의 날들에 별도의 이름을 붙여야 할 이유가 있을까.




만약 그녀가 어디엔가 존재한다면,

그녀는 내 안에 내면화되어 존재한다.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었다.

마찬가지로 내가 자살을 할수 없는 이유 또한 그러했고,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내가 자살하면 나 자신만이 아니라

아내까지 죽이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죽었다는 사실은

그들이 살아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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