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조건부로 시작합니다.

그는 랍스터 나는 수육

by 재미나이
랍스터와저녁.jpg
<이미지속 영어>

당신을 위해 오늘 특별하게 랍스타를 준비했어요
I prepared a special lobster for you today.
그냥 옆에 널부러져 자고 싶다
Oh, I just want to crash right here and sleep.


“재미나이님, 랍스터 좋아하세요?”


멋진 수영장이 있는 한적한 숙소에서, 감성남은 아이스박스를 들고 활짝 웃었다. 뭐야, 랍스터? 야근 후 영혼까지 끌려온 여행이라, 내 다크서클은 이미 가슴까지 내려와 있었다. 아침 화장은 사이코 팀장의 헛소리에 뭉개진 채였다. ‘외모로 사랑하면 그게 사랑이냐?’ 자조적인 말을 되뇌며 그의 차에 힘없이 올랐다. 그의 향수는 오늘도 의상, 신발, 심지어 가방 색까지 완벽 코디. 와, 이 남자 진짜 감성 끝판왕이네.

“우리는 아름다움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익숙함을 사랑한다.” 제인 오스틴의 이 말처럼, 그의 감성 쇼는 화려했지만, 내 지친 마음엔 닿지 않았다.


“재미나이씨, 저 이번에 공모전 상금 받았어요. 500만원! 오늘 파티해요! 축하해줄 거죠?”

그래… 너 잘났다. 그의 500만원이 내 월급보다 크다는 사실에, 사이코 팀장의 눈치를 보며 월차도 못 쓴 내가 초라해졌다. 왜 내 노력의 대가는 이렇게 박하지?
“항상 잘하시는데요…” 나는 건성으로 답했다.
“그래도 재미나이씨 축하가 힘이 돼요!”
옛다, 축하해.

“축하드려요. 저는 그것보다 적은 돈으로 팀장…”

하다, 연애전문 유튜버의 “남 뒷담화는 매력 제로”라는 말이 떠올라 입을 다물었다.

“자, 아름다운 밤이죠? 그대와… 이 요리와, 와인과…”

그는 요리 기구를 꺼내며 감성 식탁을 차리기 시작했다. 랍스터를 위해 고른 테이블보, 얼음 바스킷에 꽃과 함께 담긴 샤또 피작 빈티지 와인. “상당히 비싼 거예요!”라며 윙크. 뭐야, 이 감성 쇼…

그의 준비를 보니, 내가 점심에야 오늘 여행인 걸 떠올린 게 부끄러웠다. 가방을 열었다. 회사 앞 편의점에서 급히 사온 위생용품들… 자, 우리의 멋진 밤을 위해! 황급히 가방을 닫았다.

사실 옆에 널브러져 자고 싶었다. 보고서와 출장 준비로 잠도 못 잤는데, 팀장의 사이코 얼굴이 떠오르자 와인을 원샷해버렸다.


“오우, 천천히… 시간이 많아요!”


시간 많아도 문제야.

“우리는 잃어버린 것들을 기억하며 살아간다.” 윌리엄 포크너의 이 구절이 떠올랐다.

나는 랍스터를 싫어한다. 예전 미국 유학 시절, 랍스터 꼬리 서비스를 잘못 보관해 식중독으로 일주일 입원, 1000만원을 날린 흑역사가 있다. 그때 친구가 병원에 데려온 게 원망스러웠지만, 사실 그게 아니었으면 더 큰일 날 뻔했다. 그 후 해산물만 보면 한 발짝 물러섰다. 감성남은 몰랐다. 그는 랍스터 요리 과정을 무용담처럼 늘어놓으며, 내가 이 감성 식탁을 알아줬으면 했다.

“에이씨, 나는 3만 원짜리 와인이 더 맛있는데…” 촌스러운 내 입맛 때문인지, 그의 빈티지 와인은 별로였다. “가장 진실한 맛은 단순함에서 온다.” 에피쿠로스의 이 말처럼, 복잡한 맛보다, 엄마가 막 버무린 김치와 수육이 간절했다. 언제부터 내가 랍스터와 빈티지 와인보다 수육을 바라는 사람이 됐지?


나는 언제부터 랍스터와 빈티지 와인보다 수육과 엄마 김치를 더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 되었을까. “사랑은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조용한 순간에서 피어난다.” 헤르만 헤세의 이 말은 이 여정을 정확히 찌른다. 억 소리 나는 가격과 영혼까지 흔드는 감성 속에서, 나는 가장 평범한 위로를 갈망했다. 어쩌면 진정한 만족은, 가장 비싸고 화려한 것을 얻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나다운 것을 지키는 데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삶의 '이용 약관'은 그렇게, 복잡한 계산을 넘어 단순한 행복으로 재정의되고 있었다.
"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
- Leonardo da Vinci


20250822_1836_수육과 김치_remix_01k38j2df4f7vv9wrcxkymdpmm.png
저작권고지1.jpg


월, 수, 금, 토 연재
이전 15화다크서클과 함께 스며드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