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연상되는 브랜드?
많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쉽게 떠오르지는 않는다. 사실 계절을 연상시키는 것은 브랜드보다는 그 브랜드의 강한 모델의 장르와 관련되어 연상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컨버터블이 인상적인 브랜드는 여름과 휴가철이 떠오르며, 4륜 구동 방식에 강점이 있는 브랜드는 겨울이 연상되는 식이다. 이전에는 휴가철을 연상시켰던 SUV는 이제는 패밀리 세단처럼 대중적인 존재가 되었으니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계절과 연관시키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계절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가 있기는 하다. 볼보와 겨울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연스러운 연상은 단순히 한두 가지의 연결고리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왜 볼보가 겨울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살펴보면 브랜드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더 나아가 개개인이 특정 브랜드와의 개인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만족스러운 소비에도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첫 번째 연결 고리는 스칸디나비아라는 지역이다. 스칸디나비아 지방은 눈과 오로라, 백야 등 북극권 지방의 특징들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그리고 북극권은 겨울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스칸디나비아의 현존하는 유일한 승용차 브랜드가 바로 볼보다.
하지만 이처럼 단순한 연상 효과가 볼보와 겨울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의 전부는 아니다. 스칸디나비아의 혹독한 날씨는 볼보가 왜 튼튼한 자동차의 대명사가 되었는지는 볼보 브랜드의 초기 역사와도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스웨덴은 자동차의 무덤이었다. 미국이나 독일 등 다른 자동차 선진국들로부터 수입된 자동차들이 스웨덴의 혹독한 환경, 즉 꽁꽁 어는 겨울 추위와 얼어서 울퉁불퉁해진 비포장 도로, 걸핏하면 헤치고 나가야 하는 눈길 등을 견디지 못하고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풍부한 철광석과 석탄으로 만든 스웨덴의 우수한 강철을 이용해서 자동차를 만들자는 생각이 탄생시킨 튼튼한 자동차가 볼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혹독한 환경에서도 견디어 낼 수 있는 자동차라면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튼튼한 자동차의 이미지는 꾸준한 혁신과 만나 볼보를 안전한 자동차의 대명사로 만드는 이미지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그리고 볼보와 겨울의 두 번째 연결 고리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점이다. 20세기의 라이프스타일 모델인 왜건의 대명사였던 볼보는 스키장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였다. 지붕에 스키 랙을 달고 스키장을 향하는 볼보 왜건은 유럽이나 미주에서는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21세기를 지배하는 SUV 시장에서도 볼보는 XC 모델들과 볼보가 창조한 크로스오버 모델인 크로스컨트리 라인업을 통하여 꾸준히 지켜왔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이 커지니 갑자기 뛰어든 다른 브랜드들과는 연결고리의 단단함이 다를 수밖에 없다. 4륜 구동 같은 부수적인 기능들을 굳이 떠올릴 필요도 없을 정도로 말이다. 볼보 라이프스타일 모델의 오너에게 겨울철은 단순히 내 놀이터 같은 포근함마저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런 포근함, 그리고 안심감을 21세기 들어 볼보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녹여냈다. 그것이 바로 ‘스웨디시 럭셔리’다. 겨울철을 포함하여 외부 환경이 친절하지 않은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실내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늑하고 편안한, 그리고 나를 안전하게 보호해줄 것 같은 인테리어 디자인과 가구 디자인에 노하우를 쌓게 되었다. 또한 자연이 남겨준 많지 않은 소재들을 알뜰하게 사용하여 실내를 꾸미는 담백하면서도 아늑한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노하우들이 그대로 자동차의 실내로 이어진 것이 볼보의 새로운 인테리어 디자인 콘셉트인 것이다. 그래서 볼보 승용차 안에 있으면 고급스럽다는 느낌도 들지만 어색하지 않고 바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볼보는 자신이 태어난 곳의 환경과 사람들의 색깔까지 고스란히 자동차에 가져다 담았다. 그래서 볼보는 계절과 강한 연상의 고리를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볼보는 겨울을 사랑한다. 그리고 따뜻한 이미지로 사람들을 품어준다. 따뜻한 겨울의 브랜드 볼보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