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에게 배웁니다
코로나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식은 썰렁했다.
운동장 한편에 가짜 꽃들로 꾸며진 포토존 앞에는 아쉬운 대로 사진이라도 남기려는 부모들이 줄을 섰다.
같은 반 엄마와 전화번호 교환이라도 할 수 있을까 기대하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얼굴 절반을 가린 마스크 위로 눈빛만 보이는 엄마들. 모두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마침 같은 반 명찰 목걸이를 건 아이가 보여 말을 걸었다.
어, 같은 반이네~ 이름이 뭐야~? 그랬더니 그 엄마는 내키지 않다는 듯 마지못해 이름을 말해주더니
운동장 바닥에 앉은 아이에게 타박을 했다. “넌 뭐 하고 있어~”
아이는 “여기 큰 모래알이 있어.”라고 하며 땅바닥을 손바닥으로 어루만졌다.
그 엄마는 불안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더니 “여기! 여기~”하며 다른 아이의 엄마를 불렀다.
남자아이 둘은 만나자마자 말없이 멱살을 잡고 힘겨루기를 했다.
엄마 둘은 지겹다는 듯이 번갈아 그 둘을 잡아떼어냈다.
저녁을 먹으며 남편에게 말했다.
“아까 입학식 때 우리 앞에 있던 여자 말이야.”
“응”
“어때 보였어? 난 좀 별로더라. 뭐랄까, 되게 여유 없어 보였어.
인간관계도 절박해 보이는 게. 방어적인 느낌이었어.
나 참. 잠깐인데도 그런 게 보이는 게 이상하더라.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당신도 그랬어?”
나는 슬금슬금 흉을 보았다.
그때
듣고 있지 않는 줄 알았던 아들이 끼어들었다.
“엄마.”
“응?”
“혹시, 그런 거 아닐까?
어른이 된 지 얼마 안 된 거야. 그래서 그런 거 아닐까?”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부끄러웠다.
어머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니, 네 말이 틀림이 없네.
오늘 막 초등학교 입학한 애가 나보다 더 어른이었다.
밥 먹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