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이들을 위한 병원에서 진짜 '환자'는 불청객이 된다.
그곳의 타깃은 '그다지 아프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주 고객층이었던 자동차 보험 환자, 실비 1세대/2세대 보유자들에게는 치료보다는 최상의 서비스가 필요했기에, 병원이라면 응당 있어야 할 당연한 것들은 뒷전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정작 진짜 '환자'들이 오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받을 수 있는 환자의 종류가 많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병원에서 감당할 수 있는 환자들만 들어오지는 않았다.
#1
한 번은 소변줄을 끼고 있는 환자가 왔다.
그는 종종 그것이 막히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배가 아프다며 제 발로 응급실을 찾아가곤 했다.
단순히 방광세척 한 번이면 끝났을 일이지만, 그것을 할 수 있는 주사기가 없었다.
#2
어느 날에는 보행방식의 문제로 낙상 위험이 크다고 여겨지는 환자가 입원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한 명에게 모든 관심을 쏟을 수 있을 만큼 한가하지 못했다.
우리는 통합간병도 아니고, 당신은 낙상 위험이 큰 사람이니, 상주하는 간병인을 쓰는 것이 좋겠다,라고 몇 번이나 설명했지만
환자는 "간호사가 부르면 와야지. 안 해주는 게 어딨어"라고 했고,
보호자도 역시나 "당분간만 좀 부탁합니다."라며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이의 보행보조를 부탁했다.
도저히 우리 쪽에서 설득이 안 되어 심사팀에 설득을 부탁했는데,
여차하면 오늘만이라도 상주하겠다는 보호자를 기어코 돌려보내면서 한다는 말이 아주 가관이었다.
보호자분께서 걱정이 많으시더라고요~
제가 걱정하시 마시라고 잘 말씀드려 놨어요~
힘드시겠지만 오늘만 좀 수고해 주세요~
보호자 걱정 덜어주느라 우리의 걱정이 늘었다.
이미 콜벨을 누르기 전부터 홀로 꾸역꾸역 일어나고 있는 사람을 우리가 무슨 수로 밤새 안전하게 케어하란 말인지 나는 당최 모르겠다.
#3
한 번은 메니에르 병 환자가 입원했는데, 그 정도가 심해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구토감을 호소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을 다인실로 입원시켜 놓고 이성의 보호자는 상주할 수 없다 못을 박아버렸다.
그렇다고 우리가 매번 화장실을 갈 때마다, 식사를 할 때마다 보조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나? 아니었다.
우리에게 적절한 치료방법이 있었는가? 그것도 아니었다.
결국 그 환자는 3일을 꾸역꾸역 견디다 못해 전원 갔다.
병원의 능력치를 고려하지 않은 채 병상을 그득그득 채우려다 보면 이런 사달이 난다.
병원은 평판을 잃고, 환자는 건강을 잃는 일거양실의 행위지만
하긴 뭐, 건강한 이들을 위한 병원에서 이따위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