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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곡자매 Feb 05. 2018

#13.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임신과 개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임신, 출산, 육아 관련 카페에 가입했다. 아무래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글이라 자주 들어가 폭풍공감을 하며 읽게 된다. 특히나 보리 콩이와 아기를 함께 키워야 하기 때문에 [아기와 개], [강아지]등의 키워드로도 종종 검색을 해보는데, 임신이나 육아를 이유로 개를 포기하려 한다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


대부분 사람들의 레퍼토리는 비슷하다.

'임신을 했는데 아기한테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이 된다, 임신을 이유로 가족들의 반대가 너무 심하다.

아기를 낳고 보니 개가 예전만큼 이쁘지 않다. 혹은 막상 육아를 해보니 개와 아기를 함께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고, 개한테도 미안하다. 나보다 더 잘 키워줄 수 있는 사람한테 보내고 싶다'이다.


데려올 때는 귀엽다, 외롭다 등의 단순한 이유로 너무나 쉽게 데려오고
보낼 때에는 수만 가지 핑계를 대며 더욱 쉽게 포기한다.


평소 인터넷 커뮤니티에 댓글을 잘 남기지 않지만, 유독 이런 글에는 (속으로는 열불이 나지만) 조곤조곤 친절하게 댓글을 남기게 된다. '걱정하시는 이야기는 근거 없는 이야기일 뿐이고, 어릴 때부터 개와 함께 자라온 나는 임신과 육아 또한 개와 함께 하고 있지만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다'라고..

그리고 이런 글에는 나와 거의 유사한 내용의, 설득에 가까운 댓글이 수십 개씩 달려있다. 아마도 댓글을 단 사람들 모두 한 마음이겠지. 글을 올린 임산부 혹은 아기 엄마가 키우고 있는 개가 사랑하는 가족과 오래도록 함께하며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개들은 어떻게 할 거야? 

주변에 임신을 알린 후 성별이나 입덧, 예정일 다음으로 많이 들었던 질문은 "개들은 어떡할꺼야?" 라는 물음이었다. 그 질문의 의미는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1. 아기와 개를 어떻게 함께 키울 것인지 [방법]에 관한 질문,  2. 개들을 계속 키울 것인지 [나의 의사]에 관한 질문이었다.


"조리원 끝나고 친정에서 한 달 정도 조리하고 돌아오니까 괜찮을 거야"라고 대답했다.

이 대답에는 '연약한 신생아 시절에는 개들과 따로 지내니 걱정하지 말라, 그리고 그 후에는 당연히 개들과 함께 키울 것이다'라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유독 임신을 했다고 개를 파양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개를 키우고 있는 누군가의 임신 소식을 들으면 축하보다는 마음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강아지들의 안위에 대한 걱정이 선다. 개엄마아빠들은 파양한 사람들을 향해 "둘째를 낳았다고 첫째를 버리는 "이라고들 비유한다. 뱃속에 생명을 잉태하고 낳아 기르면서, 어떻게 다른 생명을 그렇게 하찮게 포기할  있는지 이해를   없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애 낳아봐라. 개도 그렇게 이뻐하는데 애 낳으면 개는 보이지도 않을걸" 혹은 "애 낳으면 개까지 돌보기 힘들 텐데 괜찮겠어?"라고 묻는다.

내 마음에는 한 종류의 사랑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 작아지지 않듯이, 아기가 생겼다고 내 강아지들에 대한 사랑이 변하지 않으니 그들에 대한 내 사랑을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마음속에 또 다른 종류의 사랑이 생길 뿐이다.



엄마 뚱뚱배에 기대서 애교 부리는 보리
배불뚝이 엄마 옆에서 꿀잠자는 콩이
항상 이렇게 내 배에 얼굴을 얹고 있던 보리
아가 셋과 엄마



"임신했는데, 강아지를 계속 키워도 될까요?" 이 질문을 했던 사람의 개는 오늘도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할 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영화의 대사를 들려주고 싶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잡곡자매 인스타그램 : @vorrrrry_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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