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잡곡자매의 탄생

보리 언니 + 콩 동생 = 잡곡자매

by 잡곡자매

별 캐릭터 없는 애

사실 고백하자면 콩이를 처음 만났을 땐 보리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감격스러웠다거나 너무 귀여워서 눈을 뗄 수 없거나 하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어린 강아지인데 살짝 노안이기도 했고, 이런 어두운 모색과 체형 - 허리와 다리가 매우 길고 마른 - 을 가진 개는 처음이라 새롭고 낯선 마음이 더 컸다.

노안이 모애오? 먹는거애오?


그리고 신기할 정도로 대부분의 시간을 자면서 보냈기 때문에 딱히 특징을 찾기가 어려웠다.

잠이 굉장히 많고.. 많이 순하다는 것 정도?




세상 순둥이 콩이

콩이는 정말 순했다. 빙빙 돌려대는 모터 꼬리는 잘 때를 빼곤 한시도 멈출 때가 없었고, 보리가 괴롭혀도 큰 소리 한번 못 냈다. 사람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내 무릎에 올라오거나, 손을 올리거나, 턱을 괴고 살 닿는 자세로 붙어 있었다. 품에 안겨 있을 땐 가만가만히 쓰다듬어주면 아기처럼 금방 스르륵 잠들었다.

엄마 바ㅈㅣ 되개 ㄸ ㅏ뜨.,ㅌ ㅐ 오...Zzzz..





엄마를 기다려요..?

보리의 인스타그램에 콩이의 입양처를 구하는 사진을 올리며 #엄마를기다려요 라는 태그를 달았는데, 그 태그를 입력할 때마다 코끝이 시큰했다. 내가 부르면 언제 어디에서든 쳐진 귀와 꼬리를 세차게 팔랑거리며 달려와 내 품에 안기는 이 녀석은 이미 나를 엄마로 알고 있지 않을까.


연락이 어서 와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연락이 오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도 들었다.


'보리를 이렇게 좋아하는데 둘이 떼놓아도 될까. 우리 콩이 털 많이 빠진다고 구박하는 건 아니겠지. 아니야 나보다 훨씬 이뻐해 주는 가족 만날 수 있는데 마음 약해지지 말자'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가끔 콩이 입양에 대해 한두 번 정도 문의가 오긴 했는데 진지하게 입양을 생각한 연락은 오지 않았다.)


두 녀석이 내가 준 밥과 간식을 배불리 먹고 우다다다 뛰어놀고, 따뜻한데서 아무 걱정 없이 잠든 모습을 볼 때면 정말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그 모습 하나만으로도 내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임시 보호 실패

결론적으로는 콩이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임시보호를 입양으로 변경했다.

♥ 잡곡 자매 ♥


첫 임시보호는 너무 정을 많이 줘서 임시보호 실패(입양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 역시 금방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정을 쏟아부은 탓에 임시보호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웃음)



잡곡자매 인스타그램 : @vorrrrry_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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