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보리 탐구생활

(1) 혼자 있고 싶어요.

by 잡곡자매



Sensitive

1. (남의 기분을 헤아리는 데) 세심한

3. (사람이) 예민한[민감한] (그래서 상처를 잘 받는)

5. (추위・빛・식품 등에) 민감한



보리의 성격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단어다.




그동안 너무나 순하고 무난한 성격의 개들만 키워온 건지 모르겠지만, 모름지기 개들은 부르면 오고, 먹을 것을 주면 먹고, 혼내면 기죽고, 이뻐해 주면 꼬리를 살랑거리는 것이 당연한 줄 알고 살았다. 하지만 보리를 키우면서 이런 캐릭터의 개도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보리는 자아가 굉장히 강하고, 예민하고 섬세하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는 혼자만의 공간으로 들어가 버린다.

20151003_233530.jpg 쇼파 아래 보리


소파 밑, 커튼 뒤, 수납장 아래, 심지어는 베란다의 빨래 건조대 아래까지 들어가 아무리 불러도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이름을 부르고 좋아하는 간식을 줘도 나오지 않는다.

20151205_232514.jpg 커튼 공주 보리(1)
20151205_232451.jpg 커튼 공주 보리(2)
20151223_221841.jpg 커튼 공주 보리(3)

내가 부르면 마치 귀가 들리지 않는 것처럼 새침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시간이 지나면서 보리의 기분이 언짢은 이유 몇 가지를 파악하게 되었다.

첫째, 응가를 하지 못해 배가 아프다.(실외 배변을 추구하는 개임) 이 경우는 데리고 나가서 응가를 성공하고 오면 기분이 (지나치게) 좋아진다.

둘째, 혼났거나 나한테 몇 번 아는 척을 했는데도 놀아주지 않아서 삐졌다. 이 때는 소파 아래에 들어가 구슬픈 소리를 내며 울고, 시간이 지나거나 달래줘서 기분이 풀리면 돌고래 울음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리며 안긴다.


이 두 가지 이유가 50%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 50%는 아직도 이유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50%의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고 보리 '스스로' 기분이 나아져야 한다.

20151216_215336.jpg 부엌 수납장 아래 보리


20160209_132700.jpg 거실 수납장 아래 보리


아들 가진 엄마들은 몸을 많이 써야 해서 체력적으로 힘들고, 딸 가진 엄마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는 딸의 감정을 살피느라 정신적으로 힘들다고들 한다.

보리는 정말 딸 키우는 기분이 들게 하는 개다.


물개 귀를 하고 애교를 부릴 땐 언제고, 갑자기 정색을 하고 혼자만의 장소로 숨어버린다. 먼저 만져달라고 와서 온 몸을 비비면서, 만져주면 으르렁 거리면서 이빨을 드러낸다.


지금은 기분이 좋은지 계속 옆에 와서 만져달라고 조르고 있다. 귀여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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