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객관적으로 저희 개는 천재입니다만..
겁에 질려 움츠려 있던 아까의 보리는 온데간데없었다. 내려놓자마자 시원하게 거실에 볼일을 보더니, 거실에서부터 부엌까지 우다다다 왔다 갔다 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보리는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하얀 도화지 같은 상태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리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똑똑했다. 몇 가지 증거를 대자면 아래와 같다.
첫째, TV를 켜주니 함께 시청하고 반응한다.
단순히 소리가 나서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나오면 살랑살랑 꼬리도 칠 줄 알고, 피사체가 움직이면 함께 고개도 따라 움직여가며 열심히 본다.
둘째, 눈치 백 단으로 내 말을 알아듣는다.
베란다에 따라 나오려고 하길래 "안돼-!" 했더니 그 자리에 앉아서 기다린다. 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셋째, 배변교육이 필요없다.
이리저리 킁킁거리며 돌아다니더니 베란다에 꺼내놓은 배변판에 바로 쉬를 했다. 세상에..
그 와중에 쉬가 다리에 묻을까 한쪽 다리를 살짝 들어주는 센스도 겸비했다.
넷째,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안다.
사온 장난감을 던져주자마자 신나게 달려가 내게 물고 온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모든 장난감을 물어다 내 다리 위에 가져다 놓기 시작했다.
간식을 넣고 굴리면 간식이 나오는 공을 사줬더니 그 공을 벽에 세차게 던져 간식을 빼먹을 줄도 아는 똑똑이다.
개껌을 사주자 소파 아래에 쏙 들어가서 숨겨놓고 왔다.
우린 확신했다. 우리 보리는 천재가 분명하다.
우리는 천재 강아지를 데려온 것이 분명하다.
나는 지극히 객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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