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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곡자매 Nov 23. 2017

#3. 잇몸물부족현상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보리는 장난감을 던져서 물고 오고, 물고 온 장난감을 잡아당기는 터그 놀이를 좋아한다.

좁은 집에서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에 장난감을 던져주면, 달려가서 물고 오고, 그걸 다시 뺏는 똑같은 패턴의 놀이가 그렇게나 재밌는지 매번 열심히도 뛰어다닌다.

으릉으릉 나한태 뺏어서 던져보새오 그릉그릉
삑삑 소리나서 느므 재미써오 (feat.침범벅)




이렇게 열심히 놀고 나면 입안의 침이 모두 말라서 건조해지고, 입술이 잇몸에 붙어 잘 내려오지 않는다.

나는 이 얼굴을 '잇몸 물 부족 현상'이라고 부른다.
옥수수 같은 윗이빨들이 쪼로록 보이고, 볼은 보노보노처럼 오동통해진다.
음므 긍 은즈 든지끄애오? (엄마, 공 언제 던질꺼예요?)



화장실 매트와 함께 뒹굴며 앙앙대다가 또 윗입술을 잇몸에 붙이고 나타났는데 너무나 아련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어서 빵 터졌다. 가지런한 이빨 네 개, 그리고 입술의 좌우 대칭도 어쩜 이렇게 완벽한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보리의 얼굴이다.




아쉽게도 2년이 지난 지금은 보리의 잇몸물부족현상을 보기 어렵다.

아가 때 더 열심히 놀아서인지는 몰라도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볼 수 있었던 그 얼굴을 지금은 3달에 한번 볼까 말 까다. 그래도 보리의 어릴 적 사진에는 잇몸물부족현상이 풍년이라 언제든 찾아보며 웃을 수 있다.



보리야 오랜만에 잇몸물부족한 얼굴 좀 보여줘-!! 엄마 너무 그리워-!!




인스타그램 : @vorrrrry_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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