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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곡자매 Jan 18. 2018

#12. 콩이 탐구생활

(1) 짠내

마른 몸 때문일까? 아니면 노안인 얼굴 때문일까?

콩이는 뭔가 모를 측은지심이 들게 하는 개였다.

자꾸만 맛있는 거 먹이고 싶고, 보리한테 싸울 땐 우쭈쭈 편들어주고 싶고, 곤히 자고 있으면 이불 덮어주고 싶어 지는 그런 마음. 분명히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있는데도 자꾸만 짠한 생각이 들었다.




타고난 짠내

밥은 꽤나 많이 먹는데도 신기하게도 살이 하나도 찌지 않아, 처음 데려 올 때 했던 '통통하게 살찌워서 입양 보내야지'라는 다짐은 완벽하게 실패했다. 콩이를 보는 사람마다 얘는 밥을 잘 안 먹어서 이렇게 마른 거냐며 물어볼 정도였다. 잘 때는 그 마른 몸으로 어찌나 불쌍한 포즈를 하고 고단한 표정으로 잠드는지 (놀고먹기밖에 안 하는 주제에) 밖에서 하루 종일 동냥하고 돌아와 지쳐 잠든 애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포즈
나의 짠내 전속 모델
넓은집을 좁게 쓰는 법




시골 개 st

하는 짓도 뭔가 모르게 구수하고 촌스러운 기운이 풍겼다.

사실 생긴것도 조금...

지가 싼 똥을 입과 손으로 가지고 놀고, 산책을 열정적으로 할 땐 침을 질질 흘리고.. 들어 안으려 하면 무서워서 소변을 지렸다.("촌스럽다"라고 쓰고 "드럽다"고 읽는다.)

처음 데려왔을 땐 짖는 법을 모르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더니 보리가 짖는걸 몇 번 보고 배워선 멍멍도 왕왕도 아닌 시골에나 가야 들을 법한 "워우워어워어엉-!!!" 하는 하울링이 섞인 요상한 소리로 짖기 시작했다. 가끔 남편과 자다가 콩이 짖는 소리에 깨면 "여보, 우리 지금 시골이에요?" "네. 시골 개가 짖네요"  하면서 웃었다.




노력형 짠내

우리 집은 자율배식이라 항상 사료가 그릇에 담겨있는데도 불구하고(그것도 그릇 두 개에), 꼭 두 녀석이 한 번에 밥을 먹는다. 뺏어먹는 라면 한입이 가장 맛있듯이, 한 놈이 밥을 먹는 걸 보면 같이 배가 고파지는 모양이다. 보리는 콩이가 먹고 나면 다가가서 먹는데, 콩이는 꼭 남아있는 한 그릇은 그대로 두고 한참 먹고 있는 보리 옆에 엎드려 처량하게 기다린다.


나름 보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거리를 두고, '나는 언니 밥을 뺏어먹을 생각 없어'라는 것을 어필하듯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가만-히 기다린다. 보리는 밥을 꼭꼭 씹어 천천히 먹는 스타일인데, 그 긴 시간 동안 가만히 기다리는 콩이를 보면 안쓰럽다.

ㅎㅔㅎㅔ 언니 천천히 머거오
난 구냥 옆에 안자잇는고애오. 뺏어먹는거 아니애오

똑같이 간식을 줘도 꼭 먼저 다 먹은 후, 혹여라도 보리가 남기거나 한 입 얻어먹고 싶어 알짱거린다.

앞으로 쏟아진 두 귀, 집중한 이마의 주름, 영롱한 눈빛이 포인트다.
그거 언니 안머그면 나 줫으면 조캣다..(feat.샐러리)


가끔은 이렇게 못 참고 일어나기도 한다.




그중에 제일은 볼바람 콩

겁은 또 얼마나 많은지 조금만 무서워도 해리포터 도비처럼 양쪽 귀를 한껏 내리고 꼬리를 숨기고 등이 굽는다. 3개월짜리 강아지를 봐도 덩치값도 못하고 어찌나 꼼짝 못 하는지 엄마 입장에서는 항상 주눅든 내새끼를 보는게 속상하기도 하다.

*해리포터 도비  (출처: https://blog.naver.com/jshn0107/220636817079)


그중에 제일은 보리와 싸울 때인데, 온몸으로 무섭다고 말하면서도 지지 않고 맞서 싸운다.


어느 날은 내 오른쪽에 보리가 앉아있고, 왼쪽에 콩이가 다가오니 질투하는 보리가 으르렁거렸다. 그 날따라 콩이도 억울한 마음이 들었던 건지 소심하게 대들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정말 큰데, 왜 자꾸 볼에는 바람이 들어가고 멋없게 목이 자꾸 메이는 건지..ㅋㅋ



우리 콩이의 짠내가 앞으로도 영원하길 바라며 자세한 설명은 아래 영상으로 대신한다♡


나도오오 엄마옆에에 (볼뽈록) 안즈껀대에에으르렁 (볼뽈록) 언니는 거기안즈면 대자나러엉(볼뽈록) 언니 혼자으르러엉(볼뽈록) 안즐라고오르르렁(침꼴깍)우이어르릉 으르어엉!(침꼴깍)

 잡곡자매 인스타그램 : @vorrrrry_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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