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이d Mar 04. 2022

胃.腸.詩.

아침마다 신들과 영웅들과 시간을 먹는다

몸은 자칫

둔한 것

모르는 것이 당연한 일


내 몸 안에는 언젠가

삼키되

씹지 않은 지상의 동물

한 마리가 있다


위장과 친해지는 일이

언제부턴가 어려워졌다


내가 집어넣고도

소화하지 못한 것들이 쌓이고

그 아래서는 스멀스멀 

자라는 독초가 있다


내가 안에서부터 키운

현기증 패턴의 잎과 

줄기가 퍼져

따라잡기 버거운

생존의지로 


배가 어지럽다


아, 나는 도대체 입이 몇개라고

내 속이 이리되도록 살았나


입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

너무 현란해 

빛이 들지 않는 

내 속에 광활한 대지에 

눈 감고 있었네 


- 명상을 시작한 이래로... 감정을 볼 때 몸의 감각 어디가 올라오는지를 보는 습관을 들이게 됐다. 긴장하거나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 결국 그때 감각의 핵은 배에 있다. 가슴이 아주 빠르게 뛰는 것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두근거림을 따라가다보면 배에 이르게 된다. 가슴과 배는 이어져서 북을 치고 대패질을 한다. 몸이 반응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외로움의 때를 한꺼풀 벗겨낸다. 감정은 몸 없이 혼자 날아다니는 날개가 아니다. 복잡하고 무거운 감정을 새장에서 빠져나간 새를 다시 잡아 넣으려는 조급한 눈으로 쫓느라 '나'라는 자아와 함께 내 몸도 같이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줄 몰랐다. 

 어떻게 하면, 내 배(위장 또는 중심)와 친해질 수 있을까? 


Georgia O'Keeffe- Series I, No. 3 (1918)[출처: WikiArt]


작가의 이전글 뒤바뀐 아이를 찾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