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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yager 은애 May 11. 2024

알래스카 시골섬 초등학교



우리가 사는 섬은 제주도 만한 크기의 섬이다. 

그런데 길은 반 밖에 나있지 않다. 섬 끝까지 1시간 3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사람은 정말 환경에 쉽게 적응하는 존재이다. 도시에 살 때는 15~30분 운전해서 가는 것이 먼 거리가 아니었는데 여기 살다 보니, 30분 운전해서 가는 건 정말 긴 시간이다. 


집을 구하면서 동시에 학교를 알아보았다. 


이 섬에는 초등학교가 다섯 개, 중학교 한 개, 고등학교가 한 개 있다. 섬의 북쪽, 다운타운, 그리고 남쪽,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북쪽에 초등학교, 여기는 주로 백인들이 많이 다닌다. 

다운타운에 있는 초등학교, 가장 큰 초등학교다. 여기는 주로 필리핀 아이들, 백인들 그리고 원주민들도 있다. 이 섬에는 필리핀 사람들이 많다. 맥도널드, 월마트. 곳곳에 필리핀 사람들이 일을 한다. 그래서 필리핀 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다운타운에 있는 학교에 ESL과정이 있다. 

남쪽에 있는 초등학교, 주로 원주민 아이들이 많이 다닌다. 





우리의 선택 사항은 다운타운 아니면 남쪽.

먼저 다운타운에 있는 필리핀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에 가보았다. 거기에 ESL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 그 학교를 갔을 때 교장선생님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작은 사무실에서 교장선생님을 만났고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를 했다. 교장선생님은 키카 크시고 좀 마르신 50대 중반처럼 보이는 남자분이었다. 그분의 표정이 '또 어디서 문제를 일으킬 만한 아이들이 왔나'... 딱 그런 표정이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 초등학교에는 항상 문제가 많이 일어난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교장선생님 많이 힘드신가 보다. 행정실 여자분과 학교를 둘러보고 나왔다. 





 며칠 후, 이 섬 남쪽에 있는 학교에 갔다. 토요일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없었다. 학교는 언덕 위에 있었고, 운동장에서 바다가 내려다 보였다. 아이들은 그 학교 놀이터를 좋아했다. 그런데 학교에 도착한 순간 깜짝 놀랐다. 

2021.5.27일 우리는 이 섬에서 렌트할 수 있는 집을 구해야만 했고, 어떤 집으로 가야 하는지 하나님께 물어보았다. 사실 그것은 모험이었다. 그래도 기도한 후, 각자의 마음과 생각에 그려지는 것을 나누었다. 

딸이 얘기했다. 빨간색 지붕, 작고 아담한 집! 

아들이 얘기했다. 벽돌 노란색 집, 엄청 큰집!

엥? 이게 매취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학교에 도착한 순간, 그게 집이 아니라 학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학교가... 중앙에 빨간색 지붕의 작은 건물이 있었고, 그 양옆으로 교실들이 있었는데  노란색이었다. 





 순간 전율이 느껴졌다. 우리 아이들이 가야 할 학교가 이곳이구나!

교장선생님을 만났다.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분이었다. 1960년대 한국에 군인으로 복무했었다고 우리 가족을 너무나 좋아하고 반겨주셨다. 한국 음식을 아직도 좋아한다고 하면서 영어사전과 교과서를 잔뜩 주셨다. 이 학교에 ESL 과정은 없었지만, 여기가 바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예비된 학교였다. 

그렇게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 시작되었다...



PS-몇 달이 지난 후, 이 학교가 세워진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 아이 둘을 위한 ESL 선생님을 고용하게 되었다. 교장 선생님이 너무 기뻐하셨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을 보고 이 학교에 축복이라고 말씀하셨다.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그렇다! 우리는 축복의 통로, 새 역사를 써 내려가는 주인공들이다!!

앞으로의 학교 생활도 기대기대^^


학교 놀이터

              

학교 뒤편, 이 섬에 유일한 축구 필드

         

학교에서 내려다 보이는 알래스카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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