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가 끝나자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할 수 있는 말은 다하고 싶은데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어요. 그는 신중한 사람이었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가 물을 마시는 게 좋겠다고 했고 그는 그렇게 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할 수 있어서 기뻤다. 손을 잡는다는지 머리를 쓰다듬어준다든지 내 걸음에 맞춰서 뒤에서 침묵해 줄 때 삶은 한결 부드러워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때 왜 그랬을까 생각하지 말아요. 그때는 그게 맞았어요. 물을 비우고 빈 유리잔을 바라보며 그가 간신히 그 말을 했다. 나는 기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중에야 그때 고맙다고 하지 못한 게 가슴 아팠다. 한참 후에야 나는 그날의 그 오후가 선명해지면서 그가 내게 준 것들이 진심 어린 마음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시간이 더 지나고 나는 그날의 나를 점점 잃어갔지만 그는 여전히 그 바닷가, 그 카페 테이블에 앉아 있다. 파도가 밀려오고 쓸려가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해가 지기 전에 일어나야겠지만 우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은 피곤하고 조금은 느긋해진 눈빛으로. 영원히 침묵할 눈빛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