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2017)
감독: 파티 아킨 / 주연: 다이앤 크루거
마약거래로 4년 감옥생활을 하고 풀려난 남편
아내는 임신하고 로코를 낳는다.
독일 함부르크
카티아는 터키출신 남편과 산다.
어느 날 출산을 앞둔 동생과 용품을 사러 가기 전에 아들을 남편 사무실에 데려다준다.
사무실에 돌아온 카티아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다.
사무실에 테러가 일어났다.
남편과 아들이 안타깝게도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다.
“자전거 새것 같은데 자물쇠 안 해요?”
사무실 앞을 떠날 때 낯선 여자가 새 자전거를 자물쇠도 안 하고 어디론가 급히 가는 걸 본기억이 난다.
수사가 시작되고 그녀의 고통도 시작된다. 너무나 사랑한 남편과 어린 아들.
어제까지 함께 살며 웃고 장난쳤던 가족 두 명이 갑자기 죽으니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시댁,친정 온 식구들이 집에 와 그녀와 함께 머문다.
시신을 터키로 가져가겠다는 남편의 부모, 안된다고 하는 카티아의 부모.
그녀는 고통을 잠시 잊으려 소량의 마약을 흡입한다.
본격적으로 재판이 시작되고 자전거를 세워 둔 뮐러 부부가 피고로 법정에 선다.
카티아가 분명히 본 자전거를 두고 간 여자와 그녀의 남편이 앉아있다.
그들을 쳐다보는 카티아의 눈에 핏발이 선다.
피고의 아버지가 법정에 증인으로 나섰다. 아들 차고에서 비료와 경유통, 일곱통의 못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열쇠는 차고 앞 돌밑에 있어 필요한 것이 있으면 가끔 들른다고 한다.
하지만 또 다른 증언. 그들이 그 시간에 그리스의 한 호텔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호텔 주인이 숙박계까지 증거로 들고 나온다.
카티아는 아들의 시신 훼손 상태를 듣다 감정을 이기지 못하겠다며 일어난다. 그리고는 자전거를 두고 간 피고에게 달려들어 죽여버릴거라고 외친다. 소란한 법정
판결은 피고의 무죄. 범죄를 입증할만한 증거들이 확실하지 않다면 피고에게 유리하게 내려지는 것이라고 한다.
카티아는 황망해한다. 바닷가에서 가족과 찍은 영상을 들여다보며 잠든다. 믿을 구석이 아무 것도 없다. 손재주가 있는 카티아는 사제폭탄을 똑같이 만든다. 비료와 경유와 못을 사서 제조하고 그리스에서 쉬고 있는 부부를 찾아내 폭탄을 설치한다. 그러나 왠일인지 실행하지 못하고 돌아온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는걸까? 그들을 용서한 걸까? 항소하자는 변호사의 말에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한다.
영상 속에서 엄마도 빨리 바다로 들어오라는 아들의 말이 귀에 맴돈다. 바다에 들어가려다 말고 여자는 무엇인가 결심한 듯 다시 바다를 등진다.
피고의 캠핑카가 세워져 있는 그리스의 바닷가가 한참 화면에 비친다. 잠시 후 나타나는 카티아. 그녀는 과감히 문을 연다. 폭탄배낭을 메고. 1초도 지나지 않아 차는 폭발한다.
검은 연기와 타오르는 불길.
뒤이어 오르는 크레딧에는 이민자들 9명이 테러로 사망했다는 사실. 테러를 당한 이유는 단지 그들이 독일계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독일은 매년 40만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 ‘심판’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극악무도한 테러는 우리 사회에서 언제까지 발생할 것인가? 보복에 보복이 이루어지는 악순환 속에서 무고한 사람들까지 희생당하고 있다. 이 영화로 다이앤 크루거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다이앤 크루거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할 정도로 카티아 역을 훌륭히 소화해낸다. 그녀가 아니라면 몰입도가 떨어졌을 것이다.
‘네가 조금만 더 조심했더라면 로코는 죽지 않았을거야’라며 장례식 때 며느리에게 비난을 쏟아내는 시어머니. 서양이나 동양이나 며느리들에게 함부로 하는 시어머니들이 아직도 꽤 있나보다.
가족을 잃은 슬픔과 억울함에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고 범인을 단죄하는 카티아. 극단적인 일을 벌이고 편히 바닷가 캠핑을 벌이는 테러리스트들을 이해할 수 없다. 카티아에게 감정이입되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던 시간들이다. 나는 나와 다른 타인을 얼마나 마음 깊이 끌어안을 수 있었나? 가까운 가족들의 다름도 용납하기 힘들어했던 어제의 일들이 생각난다. 국가를 넘나드는 포용과 이해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 영화를 통해 다름을 수용하지 않으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테러를 목격하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