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내가 감기에 걸리거나 하면 쉬라며 방문을 닫고 나간다. 본인은 아플 때 그렇게 혼자 이불 뒤집어쓰고 푹 자거나 끙끙 앓고 병을 이기며 살아온 거다. 나와는 정반대다. 그러니 나도 그걸 원하는 줄 알고 조용히 쉬게 하려고 자리를 비켜주는 거다. 내 마음은 파악도 못하고. 나는 아플 때 누가 옆에 같이 있어 주며 돌봐주기를 원하는 아주 피곤한 사람으로 길들여 졌나보다. 바라는 것이 많은 사람으로 말이다. 서로 원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배려라는 것이 오히려 오해의 소지를 낳는 행동이 되어버린다. 말을 해도 잘 고쳐지지 않고 이해도 잘 되지 않는다.
수면놀람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 이명까지 생겼다. 어느 밤 자다가 깨어서 화장실에 가는데 가늘게 오른쪽 귀에서 잡음이 들렸다. 가끔 피곤할 때 귀에서 윙 소리가 나다가 진정되면 소리가 없어져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소리도 확연히 들리고 지속됐다. 슥슥슥. 며칠이 지나니 소리는 선명해지고 불안감은 커졌다. 내가 아는 선생님들 중 몇몇이 이명으로 괴로워하는 것을 들은 적은 있는데 나에게도 이런 증상이 생길 줄이야. 소리는 점점 커졌다. 병원에 갔더니 혈액순환제만 주고 별다른 처방도 없다. 더 큰 종합병원으로 갔다. 온갖 검사를 다했는데 오른쪽 귀에 고음역대 난청이 있다는 거다. 그러면서 이명도 같이 온거다. 역시 처방은 혈액순환제였다. 그리고 10명이 함께 교육치료를 받았다. 이명은 우리 안에 갇힌 호랑이란다. 무섭긴 하지만 직접적인 위협은 없다는 거다.
물론 이명이 목숨을 위협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일상을 위협하는 건 맞다. 듣고 싶지 않은 일상의 많은 소리들은 일시적이다. 또 자리를 피하면 듣지 않게 된다. 그러나 내 몸에서 들리는 이명은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계속 들린다. 의식하지 않으려 하면 할수록. 낮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밤이 되면 얘기가 다르다. 모두 잠든 밤. 홀로 깨어 내 귀에서 나는 소리와 싸운다. 아무리 뒤척이고 잠을 자려고 해도 그럴수록 소리는 더 또렷해진다.
수면제를 먹고 약에 취해 잠든다. 매일 먹을 수는 없어서 며칠에 한 번씩 먹는다. 약은 내성이 있으니 많이 먹으면 나중이 더 힘들어진다. 의사들이 처방해 주는 약을 덥석 덥석 계속 먹을 수는 없다. 이런 시난고난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금방 끝날 싸움이 아니기 때문에 무기를 좀 아껴둬야 하는 거다. 지금 그 무기를 다 써버리면 나중에는 무엇으로 막아낼 수 있을까? 약을 먹어도 잘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힘들더라도 약 없이 버텨본다.
그렇게 하다 까무룩 잠이 든다. 그런 날은 아주 운이 좋은 날이다. 어느 날은 밤을 하얗게 새운다. 아니면 새벽 세네 시 경 잠이 든다. 하루의 기분이 어젯밤에 잠을 잤느냐 아니냐로 좌우된다. 약을 먹었는지 아닌지도 기분을 좌우한다. 약 없이 숙면한 날 제일 기분이 좋다. 이렇게 단순한 것에 내가 지배당하는 날이 올 줄이야. 귀에서 소리가 안 났으면 좋겠고, 약 없이 푹 잘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이런 것이 소망이 될 줄 몰랐다. 화려한 미래를 꿈꾸며 살던 내가 이렇게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