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한 후 가끔 지난 추억이 떠오른다. 나의 첫 발령지였던 평창, 4년을 머물렀던 속초. 그때의 기억이 강력하게 뇌리에 남아있다. 23살. 교사생활이 시작되었다. 소도시 춘천에서 23년을 살았던 내가 평창으로 발령이 난 것이다. 그 당시 영월, 정선은 들어봤어도 평창은 생소했다. 지금은 동계올림픽으로 누구나 평창을 알고 있지만 30여년 전의 그곳은 별 특징이 없었다.
울면서 버스를 타고 평창산골에 도착했다. 저녁 6시만 되어도 사람을 구경할 수 없는 곳, 길잃은 개나 고양이의 그림자만 떠다니는 그곳이 무서웠다. 처음에는 아줌마와 딸이 사는 아파트에 방을 얻어 임시로 살았다. 그러다가 아저씨가 돌아오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좁은 동네라 세 들어 살 방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옮긴 곳은 짐도 얼마 없는 내가 머물기에는 터무니없이 넓은 방이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소리에 예민하다. 수면시에는 주변이 조용해야한다. 그런데 이게 왠 재난이란 말인가? 밤에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 온 밤과 온 방을 꽉 채우는 소리. 도시에서 자란 나에게는 밤새 쏴대는 총소리 같이 크고 시끄럽기만했다. 듣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소리는 더 크게만 느껴졌다.
이틀 밤을 꼬박 뜬 눈으로 새우고 다시 이사를 결심하게 된다. 주인 아주머니의 따가운 눈초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틀만에 개구리 소리 때문에 이사를 간다고 하니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잠을 자고 싶었다. 리어카에 3단 책꽂이와 옷가지를 실고 다른 곳으로 급히 도망가듯 옮겨갔다. 별만 총총하고 산이 첩첩인 그 산골 평창에서 2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살아냈는지. 지금 생각해도 젊음이 아니면 도저히 버틸 수 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다음 발령 받아 간 곳은 속초였다. 여기서도 개구리와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었다. 주인채와 별채가 따로 있는 집에 세들어 살았다. 작은 부엌 공간과 방 하나. 여름방학을 맞아 춘천에 있던 동생이 놀러왔다. 하루는 밤에 동생이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는 거다. 조그만 벌레만 지나가도 소리를 지르는 동생이라 뭐가 있나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동생이 하얗게 질려 서서 내뱉는 말.
“언니, 이불 속에 뭐가 있어. 엄청 커. 물컹해.”
“뭐? 벌레가 아니야?”
“응, 그런거 같애”
나는 소름이 끼쳤다. ‘이불안에 뭐가 있을까? 설마 쥐?’
옛날에는 수돗가에 쥐들이 들락거리던 때였다.
우리 두 자매는 벌레도 무서워하고 동물도 좋아하지 않는다. 이 밤에 이불에서 물컹한 것이 만져진다는 동생의 말에 심장이 뛰고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일단 불을 켰다. 내 안에 있는 모든 용기를 끌어모아 이불을 들췄다. 우리 눈 앞에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다. 개구리. 하얀 이불 위에 연두빛 개구리 한 마리가 놀랐는지 꼼짝도 않고 앉아 있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벌레만 봐도 괴성을 지르는 동생이 해결할리는 없었다. 내가 해야 하는데 얘를 어떻게 처리하지? 여차하면 어디로 튀어 갈 수도 있고 못 잡으면 날밤을 새게 생겼다. 그 때 생각난 빨간 고무장갑. 잡긴 잡아야겠는데 맨손으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다. 나는 계속 개구리를 지켜보며 동생에게 얼른 부엌으로 가서 고무장갑을 가져오라고 했다. 동생은 살금살금 부엌으로 가 고무장갑을 가지고 왔다. 으윽. 더는 뒤로 물러갈 수 없는 절박한 심정으로 온 신경을 집중했다. 개구리를 엄청난 순발력으로 위에서 덮쳤다.
장갑이 내 손과 개구리 사이에 있었지만 손에 느껴지는 감촉은 뭐라 설명이 되지 않았다. 징그러움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잡긴 잡았는데 어떻게 처리할지가 또 고민이 되었다. 상황이 긴박했다. 밖은 캄캄하고 살려주면 어디있다가 또 들어올것 같고. 0.1초 생각하고 내린 결론은?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재래식 화장실 문을 열었다. 던졌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다고 하면 변명일까? 그 당시에는 그 방법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휴우. 동생과 나는 그래도 완벽하게 처리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시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쉽게 잠들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마주친 주인 집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방에 개구리가 들어왔어요. 이불 속에 있어서 동생이랑 너무 놀랬어요.”
내 말을 들은 아주머니는 재밌다는 듯 씨익 웃으신다. 얘기를 들어보니 주인집 아주머니가 아저씨에게 개구리 요리를 해주려고 항아리에 담아둔 것들이었다. 숨 쉬라고 망으로 뚜껑을 해 놓았지만 그 중 답답함을 못 견딘 진취적인 한 마리가 탈출하여 세들어 살고 있는 우리 방에 침투한 것이다. 지금은 웃고 말지만 그때 놀라고 충격받은 생각을 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개구리야. 미안하다. 널 곱게 살려서 돌려 보냈어야 하는데 내가 좀 심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