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4월 한강 벚꽃 나들이로 기억된다. 눈보다 더 눈부신 벚꽃이 기다리는 한강으로 가자. 독서모임회원들과 한강으로 BMW(버스,메트로,워킹)를 타고 나들이를 갔다. 도시락은 각자 준비하고 돗자리도 집에서 싸 들고 왔다. 가족이나 친구들과는 가 보았지만 동아리모임과 한강나들이를 가본 건 처음이다. 함께 있으면 마음이 벚꽃잎보다 더 여려진다. 카메라만 들이대도 작품사진이다. 함께 렌즈에 잡히는 것이 재미있고 뭘 먹어도 즐겁기만 했다. 점심 먹고 벚꽃가지 붙잡고 사진 찍고 근처 카페에서 차 마신 것밖에 없는데 커다란 추억으로 자리잡았다.
아무 때나 카메라를 들이대도 배우처럼 다양한 표정을 짓는 회원들이 있다. 배워야하는 건 공부만이 아니다. 표정 짓는 것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걸 보면 난 아직 멀었나보다. 아무리 해보려해도 자연스러운 미소가 나오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서 웃었다고 하지만 찍힌 사진을 보면 어색한 쓴웃음이다. 그래도 하늘이, 벚꽃이, 주변의 동아리 회원들이 활짝 활짝 웃어주니 그나마 객쩍은 미소가 묻혀 그럭저럭 볼 만했다.
이 모임을 준비하기 위해 답사를 두 번 다녀왔다. 어느 길에서 사진을 찍어야 할지, 돗자리를 펴기 마땅한 곳은 어디일지, 지쳤을 때 들러야 할 카페로 좋은 곳인지 아닌지, 영등포역에서 몇 번 버스를 타면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지 등의 동선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가면 어떻게든 해결되겠지만 성격상 갈팡질팡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혼자 가서 우왕좌왕하는 것도, 가족과 가서 헤매는 것도 용납하기 어려운 내가 여러 명의 회원들과 함께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답사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다녀왔다는 말에 회원들은 놀란다. ‘가서 해결하면 되지. 왜 힘들게 그렇게까지 해요?’ 그렇게까지 해야 속이 편한 사람이 있다. 몸이 조금 고생이더라도 미진한 부분 없이 벚꽃 놀이가 즐겁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나 보다.
‘올해는 어디를 갈까? 남산 소월길을 걸을까? 해방촌도 가보고 싶다. 신흥시장도 들러야겠네’ 이번에도 혼자 답사를 다녀왔다. 마침맞은 식당과 카페와 볼거리 등을 챙기고 돌아오는 길이 흐뭇하다. 아주 먼 곳이 아니라면 한 번쯤 미리 갔다 오는 것은 나쁘지 않다. 이런 행동은 불안증에서 기인한 것도 있고 교사 시절 빈틈없이 행동하는 것이 습관이 된 것도 있다. 회장이 뭐라고 동네 도서관 독서모임에서도 이렇게 책임감에 휩싸여 답사까지 다니는지. 누가 뭐라든 본인 스타일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길은 '네이버 빠른 길 찾기'가 알아서 안내해 줄 것이고 널린 것이 식당인데 ‘우리 회원들 먹을 곳 하나 없으랴’ 생각하고 편하게 다녀도 그만이다. 그래도 내가 회장을 맡고 있는 한, 이 불안증이 없어지지 않는 한 답사는 계속될 것이다. 회원들이 감탄할 때마다, 한 번씩 웃을 때마다, 맛있다고 얘기해줄 때마다 답사의 필요성은 더 커지고 피로도는 적어질 것이다. 폴커 키츠와 마누엘 투쉬가 쓴 ‘마음의 법칙’에 나오는 아래 부분을 읽고 마음이 편해졌다.
‘우리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특히 강하게 인지한다. 그런 탓에 다른 사람들 역시 우리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단 1초 동안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라. 그러면 나에게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다른 사람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주의 깊게 관찰하기는 한다. 그러나 그 대상은 상대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다. 다른 사람 역시 자기 중심주의와 씨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기중심주의 탓에 인생 전반에 걸쳐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물음에 끌려 다니며 불안에 떤다. 그러나 다른 사람 역시 오로지 ‘저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물음에만 골몰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