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 Aug 16. 2024

뒤늦은 마음

뜨거운 눈물은 그때 흘리리

엄마가 그립고 보고 싶어 가사를 썼다. 열열한 연애 한번 해 본 적 없으니 이성을 사랑하는 감정이 뭔지 잘 모른다. 그런 걸 느낄 만큼 누구를 오래 사귀어본 적 없는 재미없는 삶을 살았다. 흔히 부르는 사랑 노래는 쓸 수 없어 가족과 관련된 스토리를 소재로 쓴다.   

     

사랑의 다른 이름을 ‘그리움’이라고 한다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일찍 돌아가신 엄마. 성인이 된 후 돌아가셨지만 50대에 만나는 지인들의 부모님이 살아계신 걸 보면 20대에 돌아가신 엄마는 일찍 돌아가신 거다. 잘해드렸다면 미련도 그리움도 크지 않을 텐데 그러지 못했기에 다시 볼 수 없는 엄마가 한이 되도록 그립다. 엄마만큼만 살 수 있다면 한도 원도 없겠다. 성실하고 부지런하며, 따뜻하고 온화한 미소로 나의 배경이 되어 주신 분. 날 위해 울어 준 단 한 사람. 유일하게 나를 안쓰러워하고 더 못주고 더 못해줘 마음 아파하신 분.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투병하다 집으로 들어오셨는데 직장다니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 뒤돌아 나오는 나에게 엉거주춤한 자세로 손을 흔드시던 엄마의 모습, 엄마가 아픈 것이 짜증나서 곱게 대꾸하지 못했던 일, 위독하신 상태로 마지막에 몸무게가 36kg까지 감쇄하여 고통스러워 하시던 상황까지 떠올리면 무언가에 폐부가 찔린듯 마음이 저려온다.     


6살까지 엄마 젖을 먹고 시장을 졸졸 따라다녔다. 엄마가 조금만 서운한 소리를 해도 등대고 누워 삐져있던 소심하고 옹졸한 나를 오직 사랑으로 받아내고 키워내신 분께 해드린 것이 아무것도 없다.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의 마음을 안다고 했던가? 딸 둘을 키우며 어릴 적 나의 모습을 보았고 ‘이럴 때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어떻게 하셨을까?’ 가끔 궁금해진다.  

    



경이로운 건 마음에 못 미치는 자식에게 싫은 소리 한번을 안 하셨다는 거다. 몸이 힘들고 마음도 겨울 한복판이었을텐데 제일 편한 딸한테 흔한 비난 한번, 원망 한번을 안 하시고 “밥 먹고 다녀라. 일하기 힘들지 않냐?” 라는 말만 하셨다.  

    

우리나라, 다른 나라 전 세계 다 통틀어 인류를 구원한 사람이 많이 있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나를 구원한 이는 엄마다. 나의 영원한 위인, 존경스럽고 요즘 유행어로 추앙보다 더 한 것을 받아도 아깝지 않은 나의 어머니.

       

죄송하고 보고 싶고, 힘들 때면 더 생각난다.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를 시작으로 남편과의 이야기, 큰딸에게 바라는 점. 작은딸에게서 느끼는 행복 등을 노랫말로 써보았다. 가사를 잘 써보려고 전문 작사가들이 펴낸 책들도 읽어보고 공부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마음속에 인물을 떠올리고 그 사람에게 얘기하듯 가사를 쓴다. 한 사람을 마음에 품고 그에 대한 생각, 추억, 바램, 아쉬움 등을 응축해서 표현해본다. ‘뒤늦은 마음’은 엄마를 생각하고 기리며 쓴 노래다. 내 몸이 아파보니 엄마가 아프실 때 ‘얼마나 힘들고 외로우셨을까?’ 막연하게나마 짐작이 된다.    

      

 <뒤늦은 마음>     

 그대에게 등 돌리고 떠나올 때 알지못했지

 그대가 나를 얼마나 원하는지     

 눈빛조차 마주하지 않는 대화로 알지못했지

 그대의 그 아픔을

     

 시간 흘러 계절 흘러 늦었다는 생각 차오를 때

 나는 알아버렸네    

 그대 아픔을 외면하고 그대 그리움에

 빈자리만 보인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그대 떠나 없지만 뒤늦은 마음은 자꾸만

 그대를 내 앞으로 불러오네     

 먼 훗날 우리 다시 만난다면 사랑한다고 말하리

 뜨거운 눈물은 그때 흘리리

    

시간 흘러 내 맘 흘러 늦었다는 생각 차오를 때

나는 알아버렸네     

그대 손길을 잡지 않고 그대 따스함에

차가움만 보인 내가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그대 떠나 없지만 뒤늦은 마음은 자꾸만

그대를 내 앞으로 불러오네     

먼 훗날 우리 다시 만난다면 사랑한다고 말하리

뜨거운 눈물은 그때 흘리리

뜨거운 눈물은 그때 흘리리


*작사: 글로   작곡: 홍수정/ 2022년 3.22일 발매

이전 11화 열쇠 가진 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