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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Sep 22. 2024

내겐 너무 어려운 여행 준비

6번째 일본 방문. 혼자 가기는 심심하고 같이 갈 사람도 없어 남편을 유혹했다. 경비를 감당하겠다고 제안하니 넘어온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바로 항공권을 예약했다.  마음에 맞는 떡은 구하기 어렵다. 항공권 하나 예약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이든 하나를 포기하면 된다. 출발시간을 새벽으로 한다든지, 좋아하는 항공사를 고집하지 않는다든지, 돌아오는 시간을 빠른시간으로 잡는다든지 하면 쉽다. 적당한 출발시간, 도착시간, 항공사, 가격, 이 모두를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선호하는 출발시간은 11시 넘어서다. 아침에 일어 나 준비하고 공항까지 가는 데만 2시간이 걸리고 적어도 두 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하니 11시를 예약해도 7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인천에 도착하는 시간으로는 9시가 넘으면 좋겠다. 힘들게 갔는데 하루를 오는 것으로 다 잡아먹으면 하루가 없어지는 것 같아 현지에서는 저녁때 출발하고 싶다.  


항공사는 국적기면 좋겠다. 서비스 면에서 차별화되고 비행기도 큰 것이라 흔들림이 덜하다. 가격이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면 고려대상이 된다. 혼자 가는 것이 아니니 곱하기 2를 하면 많게는 몇 십 만원 차이가 날 수 도 있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잠을 포기하고 빠른 출발시간을 선택하자’였다. 다른 것을 양보하는 것보다 이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우리가 덜 손해 보는 기분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비행기 타기 무서워 여행 못가겠다’라는 생각이 더 커진다. 그러다 보니 가까운 일본을 자주 가게 된다. 비행시간이 두 시간만 넘으면 자신이 없어지고 두렵다. 터뷰런스(비행중 난기류를 만나 비행기가 흔들림)는 짧은 비행 중에도 만날 수 있지만 시간이 짧으면 그래도 안심이 된다. 조금만 참으면 내리니까 괜찮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다. 가끔 뉴스에 터뷰런스가 심해 부상당했다는 기사가 뜨면 여행가고 싶다는 생각이 두려움으로 변한다. 12시간이 훌쩍 넘는 유럽, 미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걱정이 앞선다.   

   

다음 관문은 숙박을 예약하는 것이다. 어느 지역, 어느 호텔을 얼마만큼의 예산으로 잡을 것인가? 지하철에서 거리가 먼 지역인지 아닌지, 새로운 호텔인지 오래된 호텔인지, 경비를 여유롭게 할지 절약하면서 할 것인지 등의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야한다. 

     

신상 호텔여부를 따져본다. 설립연도가 나오니 꼼꼼히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간다. 좋은 호텔들도 잘 관리한다고 하지만 세월의 흔적을 지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새로운 호텔이 여러모로 기분도 산뜻해지고 여행 온 기분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이름 있는 호텔이라고 해서 갔는데 오래된 호텔이면 ‘집과도 비슷한 이곳에 왜 왔나?’ 하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신상호텔 중 가격이 합리적인 것을 매의 눈으로 찾아 얼른 예약한다. 모두의 생각이 비슷하니 새 호텔이면서 지하철이 가까운 곳은 일찍 예약하지 않으면 객실이 모두 판매 완료다. 

    



이번에는 긴자로 가보기로 한다. 이유는 단 하나, 긴자에 맛있는 집이 많다는 정보를 어디선가 들었다. 여행의 이유는 단순하다.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것이 전부다. 여행가서까지 의미를 찾고 싶지 않다. 숙소를 긴자로 잡자고 생각하고 숙박사이트에 들어갔다. 신상 호텔에 가성비를 고려하여 예약을 시도하였으나 한 달이나 남은 날짜인데도 불구하고 예약불가. 사람들은 일도 안 하고 여행 계획만 짜나 보다. 괜찮다 싶은 호텔은 하나같이 예약불가다.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그렇게들 예약을 한 건지. 우리가 가려는 날짜는 벚꽃의 절정기라 할 수 있는 4월 6일에서 10일까지였다. 코로나 해제로 3년 만에 일본의 흐드러진 벚꽃을 보러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거다.  

   

어렵고도 풀기 힘든 숙제를 앞에 놓고 고민하는 학생처럼 매일 밤 컴퓨터 앞에서 즐겁지만 괴로운 시도를 줄기차게 했다. 어렵사리 두 군데의 호텔을 예약했다. 남편의 코골이로 인하여 한방 숙박은 어려우니 방 두 개를 잡았다. 3일은 각자의 방을 사용하고 마지막 돌아오기 전날 밤에만 합방하기로 했다. 이제는 포기해서 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돈이 아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받아들이기로 한다. 혼자 가는 것보다는 나으니 합방할 수 없는 남편을 데리고 간다.

     

마지막 관문은 심카드(sim card)였다. 그 작은 칩을 갈아 끼우는 게 왜 이리 마음이 떨리던지. 못하면 카톡과 인터넷이 안되니 불편하기 때문에 무조건 해야한다. 남편은 여행 가서도 일을 한다. 끊임없이 카톡으로 연락이 온다. 나는 딸들과 연락할 일이 비상시에 생길 수도 있으니 인터넷은 필수다. 겨우 심카드를 갈아 끼우고 마음을 놓고 출발한다.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 숙소가 있는 긴자까지 가는 1300엔 버스를 탔다. 13,000원이면 공항에서 긴자역까지 갈 수 있다. 버스는 약 30분 간격으로 왔다. 공항에서 도쿄역까지는 더 자주 버스가 운행된다. 1시간여를 달려 긴자역에 도착했다. 마침내. 구글로 숙소를 찾아가야 하는데 이 또한 우리에게는 만만치 않았다. 자주 사용하지 않다 보니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트렁크를 끌고 약 30분을 헤맨 끝에 겨우 숙소를 찾았다. 거의 다 찾아갔는데 목적지 근처에서 헤맨 것이다. 무거운 트렁크를 굴리며 주변을 빙글빙글 몇 바퀴를 돌고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맸다. 차라리 택시를 탈 것을. 가깝다고 생각했고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모든 것이 그렇다. 찾아놓고 보면 쉬운데 찾기 전에는 어렵다. 알고 보면 별거 아닌데 모를 때는 어렵게 느껴진다. 인생사도 비슷하지 않은가? 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되기 전에는 하염없이 높은 산으로 느껴진다. 찾아 헤맬 때는 절망스럽다. 몸은 지치고 배도 고프고 여행왔으니 시간도 아깝다. 그것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기에는 우리의 일정은 여유롭지 못하다. 예상대로 되어야 하고 마음먹은 대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 마음이 힘들다. 

     

이런 것을 겪는 것이 여행인데 여행 가서도 일정대로, 내 마음대로 하려고 안간힘이다. 힘빼고 자유로움에 몸을 맡기러 간 외지에서도 익숙한 것만 찾는다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다. 헤매는 것도 여행의 일부다. 추억을 남기기 위해 일부러 헤맬 필요는 없지만 다소의 불안정성은 여행의 본질이다. 다음에도 숙소를 못 찾아 남편과 나는 두리번거릴 게 뻔하다. 그럴려고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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