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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 박용운 Jan 22. 2022

천상의 고원

베트남 사파(SaPa)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까?     

  베트남 하노이에서 16년이라는 짧지 않은 삶을 살면서 좌절을 느끼거나, 심경이 복잡하거나 어수선할 때면 어김없이 하노이를 떠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고, 또한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무엇을 보고 느끼면서 자신이 바라는 욕구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인지? 언제나 끝없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들이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 나름대로 철학을 내놓지만, 만족스러운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찾은 곳이 찾은 곳이 사 파(SaPa)였다.     

  하노이에서 베트남 사람은 한 명도 타지 않고 모두 외국인들만 탄 이층 버스에 몸을 싣고 5시간을 달려 도착한 사 파. 소수민족인 '장족' ‘흐몽족’이 사는 곳. 시파만이 가지고 있는 대자연의 황폐한 여건을 평생 허리 한번 펴지 않고 살면서 이루어낸 경이로움으로 완성된 터전. 모든 역경을 작은 몸뚱이 하나와 손발로만 경작하여 이겨내고, 결국에는 신비로운 삶을 보여준 '장족' ‘흐몽족’,               

  사 파는 해발고도 1,600m의 도시로 베트남 북부 중국 국경 부그느이 라이까이 성 고산 도시다. 베트남의 최고봉인 판시판산(3,143m)을 오르는데 반드시 거쳐야 할 도시인 사 파는 베트남 소수민족인 흐몽족의 주 근거지가 되는 도시이다. 각국의 관광객들이 산악트레킹을 하기 위해 몰리는 유명한 지역이기도 하다.      

         

  판시판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사 파 시내의 선프라자에서 운행되는 푸니쿨라1을 (모노레일) 이용해서 케이블카 역까지 이동한 후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 부근까지 가서 다시 푸니쿨라2를 타고 정상 부근까지 이동해 정상까지 오르는 방법이 보편적이다. (필자는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어 케이블카만 타는 것으로 만족함)               

  여행하기에 적당히 멀었고, 또 도시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기에, 새해 첫날을 하노이 북서쪽 사 파(Sa Pa)에서 보낸 횟수가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사파'를 가서 그들이 일궈낸 자연을 보라! 그리고 무엇이 불만인지? 과연 여건이 안 좋았다고 반문할 수 있을까!      

         

  사 파는 갈 때마다 다른 면과 감동을 주었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환상적인 안개와 쉬지 않고 내리는 이슬비, 흠뻑 젖은 계단식 논은 언제나 깊은 인상을 주곤 했었다. 근대의 시간의 햇빛에 바랜 석제 성당은, 안갯속 희미한 미광 속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리는 마치 숨바꼭질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푸른 밀림의 산 한가운데 복사꽃이 만발한 것이, 나의 눈에는 젊은 봄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듯했다. 숨이 막힐 지경의 절경의 숲은 여러 색의 배꽃과 순수한 백색의 서양 자두꽃이 서로 뒤섞여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한마디로 울긋불긋 꽃 대궐을 이루고 있었다.  

             

  이슬비가 내리는 와중에 피어 있는 꽃들과 소수민족 사내아이들의 천진난만 天眞爛漫한 부드러운 멜로디, 고요한 고원에서 마치 천상의 노래로 들려 이보다 더 환상적인 것은 없지 않을까? 특히 사 파가 현대화되어가고 있는 지금, 소수민족 사람들이 몇 세대를 걸쳐 그들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을 뿌듯하게 만드는 듯했다.               

  사 파를 둘러싸고 있는 소수민족 사회들은 일년내내 각국의 다양한 방문객을 맞는다. 소수민족 소녀들이 직접 손으로 자수를 하여 장식한 조금만 가방이나 액세서리를 팔고 있다. 통상적으로 이 소녀들은 직접 손으로 만든 옷을 잘 차려입고 은장식이 된 장신구를 착용하여 한껏 멋을 부리는 데는 게으르지 않은 듯해 보였다.               

  겨울은 이 고원지대에 매서운 추위를 가져온다. 겨울은 몹시 추워서 모든 지붕과 논 그리고 산꼭대기는 눈으로 꽁꽁 덮여있다. 눈에 덮여있는 사 파를 방문하는 방문객은 진정으로 이국적인 풍경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베트남에서 눈을 자연스레 만날 수 있는 곳이 유일하게 이곳일 것이다. 이제부터 겨울은 사라질 것이다.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이처럼 사랑스러울 수가 있을까? 마을의 한가운데 있는 석제 성당의 당당한 모습, 소수민족 사람들의 불꽃이 튀는 눈동자, 멀리 떨어진 소수민족 마을로 이어지는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길들. 이와 동시에 오래된 마을의 새로운 경험으로 소생하는 자연을 맛볼 수 있는 행복이 이국적인 풍경일 것이다.               

  그들만의 파란만장한 생활 모습! 물론 나만의 생각일 테지만.     

  떠날 땐 어느 정도의 예측과 정보로 궁금증을 안고 출발하지만, 막상 눈 앞에 펼쳐진 풍광은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음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른의 등치가 우리의 초, 중생 정도 임에도 그들이 일구어낸 농경지(다랑논)는 오랜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땀과 피가 모여 이루어진 터전인가? 늘 생각할 때,  사 파에서 머무는 동안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지금껏 세상에 감추어져 그들만의 역사를 이루어 왔는데 배낭족들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와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듯하나,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것, 상술에 따라 그들은 경제 여건의 격차를 이기지 못하고 속절없이 때가 묻어가고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 슬프게만 느껴졌다.               

  사 파는 여러 번 왔었어도 언제나 새롭게 느껴지고, 다시 오고 싶은 매력을 지닌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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